대선 앞 정치테마주 급등 이유 있었네… 교사·주부까지 SNS로 실시간 ‘주가조작’

입력 2013-04-03 17:57 수정 2013-04-04 01:02

“14만3500원에 5∼10주 지금 매수하세요. 오늘 종가는 14만5000원으로 맞춥니다. 2시20분에 상한가 작업합니다.” “○○님, △△님 100주씩 추가로 매도요.” “일괄적으로 아까 매도한 물량의 절반 매수 바랍니다.”

정치 테마주 열풍이 불던 지난해 8∼10월. ‘김작가’의 스마트폰 메신저 대화방에서는 수십초 단위로 행동지침이 내려갔다. 김작가는 전문 주가 조작꾼 김모(31)씨가 인터넷상에서 쓰는 별칭이다. 김씨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자신이 개설한 인터넷 주식투자 카페의 회원들을 실시간 움직여 플라스틱 원료 유통업체 S사의 주가를 조작했다. 장이 마감되면 유명 증권사이트 게시판을 찾아 “신공항 테마주로 S사가 뜬다”는 글을 연이어 올려 투자자들을 유인했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검사 강남일)는 3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김씨를 구속 기소했다. 또 카페 회원인 중학교 교사 최모(31)씨, 대학생 이모(22)씨, 간호사 임모(33)씨 등 4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단순 가담 회원 20명은 벌금 300만∼700만원에 약식 기소했다. 대부분 회사원이나 주부, 소규모 자영업자 등 ‘개미’ 투자자들이다. 이들은 검찰에서 “회비 내고 카페에 가입한 사람이면 통상 다 하는 일”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교사 최씨는 “수업은 열심히 했다. 남는 시간에 부업 삼아 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들은 1인당 평균 7000만원 정도씩 ‘종잣돈’을 마련해 주가조작에 나섰으며 운영자 김씨의 ‘리딩’에 따라 S사 주식을 2046차례 시세조종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기간 S사 우선주 주가는 6만5400원에서 21만원까지 3배 넘게 올랐고, 이들은 1억8000만원의 차익을 남겼다.

투자자 사이에 ‘재야 고수’로 알려진 김씨는 포털 사이트에 주식카페를 만들어 회원을 모집했다. 월 10만원을 내는 유료회원에게는 ‘채팅을 통한 급등주·테마주 단타 매매’ 등 특전을 주고 주가조작 행동대원으로 삼았다. 전체 회원 130여명 중 20여명이 범행에 참여했다.

S사는 경남 밀양에 부지가 있어 동남권 신공항 건설과 연계시켜 대선 테마주로 포장하기 쉽고, 유통주식 수가 적어 주가띄우기에 제격이란 이유에서 표적이 됐다. 작전 모의는 카카오톡·마이피플 메신저 대화방에서 이뤄졌다. 김씨가 사전에 작전 참여 회원 수, 동원 계좌, 예상 동원 자금 등을 치밀하게 계산한 뒤 대화방을 만들어 세세한 지시를 내리면 회원들이 일사불란하게 행동에 옮기는 식이다. 카페 회원이라도 모두 ‘같은 편’은 아니어서 일부 초짜 회원은 최고가일 때 주식을 사도록 개별 추천한 뒤 다른 회원들의 보유 물량을 해소하기도 했다. 이들은 결국 ‘이용만 당한’ 회원 한 명이 검찰에 진정을 내면서 수사 착수 2개월 만에 전원 기소됐다.

검찰 관계자는 “인터넷에서 난립하고 있는 주식 관련 카페·블로그의 상당수가 주식 매매 ‘리딩’을 빙자해 주가조작을 하는 것으로 의심돼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