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심해지는 독과점, 기업에게도 큰 毒이 된다
입력 2013-04-03 18:44
한 개 기업이나 소수 기업이 지배하는 독과점 시장의 폐해는 새삼 말할 나위도 없다. 여러 업체가 존립하는 시장에선 가격이나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 소비자가 ‘갑’이지만 독과점 시장에선 소수 기업들의 담합 횡포에 울며 겨자 먹기로 따라갈 수밖에 없는 ‘을’ 신세다. 우리나라 대표적 독과점 품목인 자동차 가격이 해마다 인상되고 식음료 업체들이 담합해 가격을 올렸다가 적발되는 사례들이 이를 방증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어제 발표한 ‘2010년 시장구조 조사’ 결과는 우리나라 일부 산업의 독과점이 심해지면서 소비자들뿐만 아니라 기업들에게도 독(毒)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독과점 구조를 유지한 47개 산업의 평균 순부가가치비율(이윤율)은 31.1%로 제조업 평균인 26.8%보다 높았지만 평균 연구개발투자비율은 1.4%로 제조업 평균(2.1%)보다 낮았다. 수출이나 시장 개방정도 역시 19.6%로 제조업 평균(23.0%)에 못 미쳤다. 반면 내수집중도는 77.4%로 제조업 평균(35.3%)의 두 배를 넘었다. 경쟁을 덜 하다보니 손쉬운 가격인상에만 의존하고 연구개발과 수출은 소홀히 하고 있다는 얘기다.
독과점 구조는 국가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독과점 업체들이 시장지위를 남용해 중소기업 성장을 막고, 새로운 기업들의 시장진입을 방해하게 되면 부가 편중되는 것은 물론 경제성장이 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소수 대기업으로의 쏠림 현상을 완화하려면 무엇보다 실질적인 진입장벽을 없애 더 많은 업체들이 경쟁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독과점 구조의 유지를 돕는 법적·제도적 규제를 완화하는 일이 필요하다. 독과점 수입업체의 횡포에 대응하려면 독점 계약을 맺지 않은 업체가 다양한 유통경로로 제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병행수입을 확대해야 한다.
독과점 시장이 더 이상 형성되지 않도록 방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기업 인수·합병 심사 때 독과점 가능성이 있는 업종에 대해선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 외환위기 당시 부도난 기아차를 현대차에 인수시킨 것이 결국엔 시장점유율 80%를 넘는 공룡을 키웠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기업들의 가격담합을 감시하고 조사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담합하다 걸리면 영업에 상당한 타격을 받도록 해 기업들 스스로 담합을 자제하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다. 지금과 같은 솜방망이 처벌로는 독과점 기업들의 횡포를 근절하기 어렵다. 새 정부가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 소비자의 사적 구제방안을 도입하기로 한 만큼 강력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