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개성공단 볼모 잡으려는 김정은의 자승자박

입력 2013-04-03 18:46

한반도 위기지수 높이려는 北 망동에 굴복해선 안 돼

북한의 망동이 계속되고 있다. 일방적인 정전협정 백지화 선언, 김정은의 미사일 사격 대기 지시, 모든 야전 포병군의 ‘1호 전투근무태세’ 진입 그리고 우라늄 농축공장을 비롯한 영변의 모든 핵시설과 5㎿급 흑연감속로 재가동 주장에 이어 3일엔 개성공단으로 통하는 문을 일부 걸어 잠갔다. 우리 측 인원이 개성공단으로 들어가는 것을 불허하고, 개성공단에 있는 우리 측 관계자들이 귀환하는 것만 허용한 것이다. 최근의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와 관련된 자신들의 입장이라며 통행 제한의 이유도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 지난달 30일 “괴뢰역적들이 개성공업지구가 간신히 유지되는 것에 대해 나발질을 하며 우리의 존엄을 조금이라도 훼손하려 든다면 공업지구를 가차 없이 차단·폐쇄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한 지 나흘만이다.

이로 인해 개성공단에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개성공단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 860여명의 신변 안전을 담보할 수 없게 된 점이 큰 문제다. 빠른 시일 내에 통행이 정상화되지 않으면 사실상의 억류로 이어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2009년 3월 ‘키 리졸브’ 한·미 합동군사훈련에 반발해 북한이 개성공단 통행을 세 차례나 차단했다가 푼 전례를 들어 이번에도 별 문제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 있지만 정부는 최악의 경우를 염두에 두고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원자재 반입이 지연됨으로써 조업에 차질이 발생할 것은 불문가지다.

남북 공동 번영과 평화의 상징인 개성공단을 걸핏하면 볼모로 삼는 북한의 행태는 지탄받아 마땅하다. 개성공단에 자꾸 생채기를 내면 회복 불능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이 경우 남북 모두가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더욱이 북한의 행태를 보면서 외국의 어느 기업이 북한에 투자하거나 경협에 나서려 하겠는가. 북한은 조속히 개성공단 통행을 전면 허용해야 한다.

북한의 이번 조치는 한반도 긴장을 극대화함으로써 국제사회의 주목을 끌려는 의도일 것이다. 나아가 미국과의 협상이 재개될 때를 대비해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려는 목적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관심을 가질 때까지 북한의 무모한 행동은 앞으로도 지속될 소지가 있다. 그러나 이는 오판이다. 북한이 국제사회와 싸워서 얻을 건 없다.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확인했듯 북한이 실제 도발하면 가혹한 응징을 받게 될 것이다. 북한이 막무가내로 덤벼들 생각을 접고 비핵화를 위한 협상에 복귀하기를 기대한다.

정부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을 중심으로 북한의 동향을 주시하며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의 망동을 저지할 효과적인 수단이 없어 대응에 한계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억지와 협박에 굴복하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 북한은 지금까지 하나를 양보 받으면 더 큰 것을 요구해왔다. 이런 나쁜 버릇을 용납해선 안 된다. 개성공단 통행을 재개하면서 우리 측으로부터 대가를 받아내려 할 경우에도 응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