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를 넘어 함께하는 우리로 (14)] “자연과 공존하는 새로운 삶이 아쉽다”

입력 2013-04-03 16:55


생명에 생기를… 건강한 먹거리

얼마 전 해외여행 중 기내식으로 비빔밥과 미역국이 나왔는데 인스턴트 미역국 포장지에 쓰인 원재료를 보고 상당히 놀랐다. 미역국은 미역에 고기나 조개, 참기름, 마늘 정도만 넣으면 쉽게 만들 수 있는 음식인데, 인스턴트 미역국에는 건미역 외에 20여종의 추출물 등 첨가물이 포함돼 차마 먹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비단 이것뿐이랴. 우리 주변에는 이 같은 음식물이 너무 많다.

농약에 찌든 채소, 어두운 축사에서 곡물사료와 동물사료로 길러진 육류, 유전자 조작 농산물, 각종 첨가물로 범벅된 유해식품들, 인스턴트 냉동식품, 가공식품이 쏟아지는 이때 과연 생명을 살리는 먹거리가 있을까 하는 암울한 생각도 든다.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확산 등으로 외식의 목적이 편의성에 맞춰지면서 식생활 문화와 관련된 여러 부작용이 생겨나고 있다. 무절제한 외식 습관은 편리함을 제공하는 대신 갈수록 비만과 각종 질병을 낳는다. 이 같은 도시병은 우리 몸을 병들게 해 결국 생명을 잃게 만들 수도 있다.

“당신들과 당신들의 자손이 살려거든, 생명을 택하라”(신명기 30:19)는 성경 말씀은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생명을 택하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다는 강한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사는 것, 먹는 것, 에너지 절약, 환경을 지키는 일들은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삶이다. 그러나 간혹 상업적인 이익이나 인간의 지나친 욕망으로 인해 더 많은 것, 더 좋은 것, 내게 편하고 즐거운 것만을 취하게 되면서 귀한 생명 자체에 손상을 입히게 된다.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는 자연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우리가 자연의 주인인 것처럼 행동하지 않아야 한다. 이런 문제의식을 갖는다면 우리는 ‘자연과 지구, 사람이 함께 어울리며 공존하는 새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이를 사회적 트렌드로 확산시키기 위해 두 가지를 제안한다.

무엇보다 새로운 삶은 유기농(Organic life style)에 기반을 두면 좋겠다. 유기농이란 단순히 먹거리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하나 되는 풍요로운 삶을 의미한다. 즉 사회적·신체적·정신적으로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건강한 몸을 지키는 동시에 자연을 보존하고 물자, 에너지 소비를 줄임으로써 생태적으로 균형을 이루는 일이다.

또 새로운 삶은 녹색식생활(Green & Eco Food)을 따라야겠다는 생각이다. 녹색식생활이란 자연과 환경을 지키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인 로하스(LOHAS·Lifestyle of Health and Sustainability)의 삶을 실천하는 것이다. 친환경적인 자연 속에서 쾌적함을 취하고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안전한 먹거리를 통해 건강해지는 삶을 희망하는 것이 우선이다. YWCA 등이 전개하는 생협, 농산물 직거래, 도농공동체운동, 녹색 농촌 만들기, 지역농산물 이용 등을 통해 도시와 농촌이 함께하는 공정한 사회를 이루는 데 동참하는 하는 것이다. 자원을 지키고,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 폐기물도 에너지로 재사용하고 사람과 자연이 더불어 함께 생태계를 지키는 일에 앞장서야 함은 물론이다.

우리는 서로 나누고 배려하면서 나와 사회, 환경, 그리고 지구를 건강하게 하는 삶을 살아가야겠다. 이를 위해 넘쳐나는 물질, 에너지, 먹거리를 보다 덜 소비하고, 덜 먹고, 줄이려 노력하는 삶을 실천하기를 기대한다.

이종임(YWCA 연합회 실행위원·대한음식문화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