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홍 딛고 일어선 전주국제영화제 4월 25일 개막… 총 190편 상영 재도약 기회로

입력 2013-04-03 17:47


지난해 극심한 내홍을 겪었던 전주국제영화제(JIFF)가 25일 제14회 영화제의 닻을 올린다. ‘재도약이냐, 다시 수렁으로 빠지느냐’의 기로에 선 올해 영화제를 짚어본다.

◇심기일전, 다시 출발=지난해 영화제를 치른 6월, 유운성 프로그래머가 해임됐다. 부당 해임 논란이 일었고, 10년간 영화제를 맡아왔던 민병록 집행위원장이 7월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고석만 집행위원장이 선임되자 사무처장과 프로그래머 등 주요 실무진이 집단 사퇴하며 다시 내홍에 휩싸였다.

고 집행위원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문제는 짧은 시간 안에 해결됐다. 감정적인 측면도 있었던 것 같다. 영화제는 차질 없이 준비되고 있다. 그동안 영화제는 잘 운영돼왔기 때문에 지난해 있었던 여러 일이 영화제의 본질적인 문제와는 관련 없다고 본다. 심기일전하는 계기도 됐고, 반성하는 계기도 됐다”고 밝혔다.

전주국제영화제는 올해 김영진 평론가와 이상용 프로그래머를 내세워 내실을 다졌다. 김영진씨는 지난해 유 프로그래머 해임 당시 한 일간지에 ‘국제영화제 좀먹는 반문화적 도그마’라는 칼럼을 통해 영화제 시스템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던 장본인. 이 때문에 그의 수석프로그래머 수락을 두고 이런 저런 말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김씨는 “이런 논란에 대해 사석에서만 30번 이상 들었고, 공격도 많이 당했다”며 “(칼럼에서 비판했던) 그런 일이 진짜 있었는지 여부는 현재까진 체감 못하고 있다. 지금까진 협조적인 관계”라고 말했다.

◇소녀들이 주인공인 개·폐막작=올해 영화제에는 총 190편이 상영된다. 이 중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월드 프리미어가 45편이다. 영화제는 25일부터 5월 3일까지 9일간 진행된다.

개·폐막작은 모두 10대 소녀들이 주인공. 개막작 ‘폭스파이어’는 ‘클래스’로 2008년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프랑스 로랑 캉테 감독의 신작.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성폭력을 경험한 상처 입은 소녀들이 다시 세상에 맞서는 과정을 그렸다.

폐막작 ‘와즈다’는 사우디아라비아 최초의 여성 감독인 하이파 알 만수르의 첫 번째 장편영화다. 여성이 자전거를 타는 것이 금기인 이 나라에서 또래 남자 아이들처럼 자전거를 타는 게 꿈인 소녀 와즈다의 이야기를 담았다.

‘부러진 화살’의 정지영 감독이 제작하고 백승우 감독이 연출한 다큐멘터리 ‘천안함프로젝트’와 정재은 감독의 다큐 ‘말하는 건축, 씨티:홀’도 눈길을 끈다. 각각 천안함 침몰사건과 서울시 신청사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다양한 시각과 논쟁을 입체적으로 조망한 작품이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