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왕따’ 코스피… 2분기엔 같이 웃을까

입력 2013-04-03 17:08 수정 2013-04-03 22:04


“장(場)이 재미가 없네요.”

서울 여의도 증권맨들이 입버릇처럼 이런 하소연을 한 지도 꽤 됐다. 여기서의 ‘장’은 국내 주식시장을 가리킨다. 올 들어 주요국의 증권가는 충분히 재미를 보고 있지만 유독 우리 증시만 무기력증에 빠져 있다.

◇‘왕따’ 한국 증시=전 세계 증시가 승승장구하는 가운데 국내 증시의 성적은 ‘왕따’에 가깝다. 3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코스피지수는 2.4% 넘게 하락했다. 미국 증시에서는 다우지수와 S&P지수가 지난달에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고, 일본 닛케이지수는 양적완화 정책을 등에 업고 3개월간 20% 급등했다. 코스피지수와 해외 주요지수의 수익률 격차는 연초보다 더욱 벌어지기만 했다.

유독 코스피지수만 세계 주요지수와는 다르게 움직이면서 증권가 리서치센터 보고서에는 ‘디커플링(Decoupling·세계 경기와 같은 흐름을 타지 못하고 따로 움직이는 현상)’이라는 단어가 매일 등장하고 있다. 연초에는 조만간 상승흐름을 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무기력 증세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모습이 반복되며 불안감이 확산됐다.

지난 2월에는 연초 대비 반짝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지난달 들어 투자심리는 다시 얼어붙었다. 북한이 전쟁 도발을 멈추지 않았고, 키프로스 구제금융 사태는 잠잠하던 유로존 재정위기 리스크를 재차 각인시켰다. 여기에 금융권 사이버테러까지 겹치며 투자자들은 지갑을 닫았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은 선진국에서만 투자를 늘릴 뿐, 한결같은 ‘셀 코리아’(한국 주식 매도) 기조를 유지했다. 남은 국내 투자자들은 돈을 쥐고 서로 눈치만 봤다. 증권가가 “7조∼8조원은 돼야 수지가 맞다”고 말하던 코스피 일일 거래대금은 지난 1일 2조5779억원을 기록, 2007년 3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지고 말았다.

◇투자 매력 잃었나=증권가는 디커플링이 일시적이라는 각종 진단으로 투자자를 안심시키려 했다. 연초부터 지난 2월 초까지는 엔화 약세 및 원화 강세에 따른 국내 수출경쟁력 부진 우려가 주식시장 부진 요인으로 제기됐다. 그러나 지난달부터 원·달러 환율이 1116원 수준으로 반등했고, 엔·달러 환율은 95엔 수준에서 멈추고 있는데도 코스피지수는 바닥을 차고 오르지 못했다.

지난달부터 시작된 부진은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기간 동안의 정책적인 불확실성 영향 때문이라는 의견이 새로 등장하기도 했다. 전인대 종료 이후 상하이종합지수가 경기부양책 기대감으로 2% 넘게 상승했을 때, 코스피지수는 1% 가까이 하락하면서 이 분석도 의미가 없어졌다.

이 때문에 한국 증시의 투자매력 자체가 떨어진 것이 아니냐는 의견마저 제기되고 있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적극적인 매수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코스피가 이달 중 2050선을 돌파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일본이 공격적인 부양정책을 지속한다면 상반기 중에 한국 주식의 매력이 부각되긴 어렵다”고 말했다.

◇반전 가능한가=증권가는 여전히 ‘반전’에 대한 기대감이 남아 있다고 말한다. 한치환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우리 증시의 디커플링이 사상 최악 수준”이라면서도 “이제는 코스피가 글로벌 증시의 상승세에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는 “최근 미국 내 자금흐름을 보면 국내외 주식에 대한 투자가 모두 확대되고 있다. 한국으로의 자금 유출입도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국내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도 코스피지수의 상승 반전을 예상하는 근거다.

여기에다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증시에 단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추경 예산 규모가 10조원보다 크고 기준금리 인하까지 동원된다면 증시 기대감이 강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정부가 대규모 추경을 집행할 때마다 코스피지수의 수익률은 양호해지는 경향이 있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추경 예산은 1998년 이후 13차례 편성됐다. 추경 규모가 평균치보다 높았던 3개년(1998·2003·2009년)의 코스피 연간 수익률은 평균 42.8%로 나타났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