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프로스 자본통제 전 거액 해외 유출 의혹

입력 2013-04-02 22:09 수정 2013-04-03 01:59

거액의 구제금융을 받은 키프로스에서 초유의 해외 송금금지 같은 자본통제를 앞두고 132개나 되는 기업과 개인이 거액을 해외로 빼돌렸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고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이 키프로스와 그리스 언론을 인용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특히 자본통제와 예금자 손실이 불가피했다고 주장했던 니코스 아나스타시아데스 키프로스 대통령의 사돈 기업도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커지고 있다. 슈피겔은 키프로스 2대 은행인 라이키은행에 예치된 7억 유로(약 1조50억원)가 자본통제 발표 전 빼돌려졌으며 주로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회의) 회담이 열린 지난달 15일 이전에 이 같은 일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키프로스 공산당 계열 신문사 보도에 따르면 아나스타시아데스 대통령의 사돈 소유 기업은 지난달 12일과 13일 라이키은행에서 2100만 유로를 빼내 절반은 런던으로, 나머지는 더 안전한 것으로 알려진 키프로스은행으로 송금했다. 당시 유로그룹은 키프로스에 10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모든 예금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요구했다. 앞서 그리스 언론은 키프로스은행과 라이키은행이 현지 정치인, 지역 당국, 기업체의 부채 수백만 유로를 탕감해줬다고 보도했다.

아나스타시아데스 대통령과 해당 기업은 이런 의혹을 강력 부인했다. 키프로스 정부는 또 이번 사건의 파장을 감안해 정부가 지명한 고위 판사로 구성된 특별위원회가 2일부터 철저한 조사를 벌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할리 사리스 재무장관은 2일 사의를 표명했다. 사리스 장관은 “은행 부실 책임을 가리는 조사가 원만히 진행될 수 있도록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하는 게 마땅하다고 여긴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키프로스 정부가 4년 내에 균형예산을 달성하기로 국제 채권단과 약속했다고 유럽연합(EU) 전문매체 EU옵서버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키프로스는 국제 채권단인 EU 집행위원회,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중앙은행(ECB) 등 ‘트로이카’와 강력한 구조조정을 실행해 균형예산을 달성하기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제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