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당·정 대거 교체… 연일 전쟁 외치면서 온건 경제통 전면에

입력 2013-04-02 19:50 수정 2013-04-02 22:33


최고인민회의와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결과는 앞으로 북한 지도부가 ‘주민들의 먹고사는 문제에도 신경을 쓰겠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2일 최고인민회의 12기 7차 회의에서 선임된 인사들은 모두 전날 내각 총리로 복귀한 박봉주 당 경공업부장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 총리와 30년 지기인 이무영 부총리 겸 화학공업상은 내각에서 경제개혁 최전선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화학공업은 경공업 원료와 화학비료를 생산하기 때문에 북한이 강조하는 경공업과 농업의 토대가 되는 산업이다. 또 강영수 도시경영상과 이춘삼 국가자원개발상, 김경준 국토환경보호상 등은 오랫동안 내각에서 자기 분야의 실무경험을 쌓으며 10년 전 박 총리가 내각에서 일할 때부터 그와 인연을 쌓았다.

특히 박 총리는 2003년에도 내각 총리를 맡았지만 노동당 정치국 위원의 아래 단계인 후보위원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할 정도로 당내 기반이 약했다. 하지만 이번엔 정치국 위원으로 선임되면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박 총리에게 경제개혁의 전권을 사실상 맡겼다는 관측에 무게를 실리게 하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전임 최영림 총리가 문과생이라면 박 총리는 이과생”이라며 “내각도 경제 부문 주요 인물을 교체함으로써 테크노크라트인 박 총리에게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전망이 적지 않다. 북한이 최고인민회의에서 ‘자위적 핵보유국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데 대하여’라는 법령을 제정한 데 이어 영변 핵시설 재가동 카드를 꺼내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최고인민회의에서 북한은 올해 예산의 국방비 비중을 2005년 이후 8년 만에 처음으로 늘렸다. 노동신문에 따르면 최광진 북한 재정상은 “적들과 전면 대결전을 벌여나갈 수 있도록 지출 총액의 16%를 국방비로 돌린다”고 밝혔다. 북한의 국방예산 비중이 16%대로 책정된 것은 1998년 김정일 체제 출범 이후 처음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를 통해 군부의 힘이 상대적으로 약해졌다는 말도 나온다. 이영호 전 인민군 총참모장이 정치국 최고 지위인 상무위원이었던 점과 달리 현영철 현 총참모장은 정치국 후보위원에 머물렀다. 북한 정치국 직위는 상무위원, 위원, 후보위원 순이다. 이에 대해 또 다른 통일부 당국자는 “현 총참모장은 이 전 총참모장과 달리 일선 군단장 출신으로 전형적으로 군부를 관리하는 인물”이라며 군부 퇴조설을 일축했다. 오히려 김 제1위원장의 군 장악력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