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당국 ‘北 핵시설 이상징후’ 포착 靑에 보고한 듯
입력 2013-04-02 19:50 수정 2013-04-02 22:34
박근혜 대통령이 2일 오전 주재한 외교안보장관회의는 전날 긴급하게 소집됐다. 당초 예정된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업무보고까지 연기하자 회의 전부터 북한의 이상 징후가 포착된 게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다.
새 정부 외교안보라인 수장들이 총출동한 회의 직후인 오후 2시쯤 북한은 평안북도 영변 핵시설의 5㎿ 흑연감속로를 재가동하겠다고 선언했다. 정보 당국이 수상한 북한 핵시설 움직임을 미리 포착해 박 대통령에게 보고하면서 전격적으로 회의가 열렸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박 대통령은 북한 핵·미사일 기지 등 주요 군사시설의 최근 동향과 상세한 정세분석 자료 등을 보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2월 3차 핵실험부터 정전협정 백지화 및 전시상황 돌입 선언, 개성공단 폐쇄 위협에 이르기까지 계속된 일련의 북한 도발 위협에 대한 평가도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의 대비태세와 도발 시 대응 방안, 미·중·일 등 주변국과의 공조, 개성공단 체류 국민 안전 문제 등도 폭넓게 논의됐다고 한다. 북한 최고인민회의 결과를 비롯해 박 대통령은 여러 안보사안을 놓고 참석자들과 토론을 진행했다.
장관회의가 갑자기 진행되면서 통일·외교·국방장관 등은 예정된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오전 11시로 잡혔던 정진석 추기경 예방 계획을 다음 기회로 미뤘으며 외교부는 방미 중인 윤병세 장관 대신 김규현 1차관을 참석시켰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국무회의 이후 다른 일정이 없다고 언론에 알렸다 급히 청와대로 들어왔다.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은 조직 변경과 주요 보직 인선도 마치지 못한 상황에서 참석했다. 청와대에서는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주철기 외교안보수석 등이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외교안보장관회의를 통해 북한의 거듭된 도발 위협에 한 치의 빈틈도 없이 대응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군통수권자로서 국민을 안심시킬 필요도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관측된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북한에 “도발에는 초기에 강력히 응징할 것”이라는 경고와 함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진행할 것”이라는 유화 메시지를 동시에 던져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은 회의를 통해 그동안 자신이 언급했던 대북 메시지의 전제가 확고한 안보이며 우리에겐 도발을 막을 확고한 억지력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윤창중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외교안보 부처 업무보고가 완료된 시점에서 현 상황에 대한 전반적 평가를 공유하는 회의였다”고 설명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