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이근미] 나의 이미지를 부탁해
입력 2013-04-02 19:40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평가할까. 궁금한 적도 있지만 딱히 물어볼 기회가 없었다. 지난주 개인브랜드 전문가인 지인이 ‘다른 사람 눈에 비친 나의 이미지’를 알아야 한다며 페이스북에 질문을 해보라고 권했다. 페이스북 친구 가운데 오프라인에서 알고 지내는 친구는 10분의 1에 불과한데 제대로 된 평가가 나올까, 반신반의하는 마음이 들었다.
평소 페이스북 관리를 철저히 하는 편이 아니어서 얼마나 호응할까 하는 것도 염려스러웠다. 바쁘다는 핑계로 페친들 글에 좋아요와 댓글로 응원을 많이 못한 점도 마음에 걸렸다. 용기를 내서 “안녕하세요. 이근미입니다. 지금 이미지 점검 중입니다. 바쁘시겠지만 ‘이근미’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댓글로 남겨주시면 고맙겠습니당. 빠르면 빠를수록 좋아요. 부탁!”이라는 글을 올리자 50여개의 댓글이 급속하게 올라왔다.
급할 때 도와주겠다고 나서는 이들은 역시 ‘친구’밖에 없다. 친구들은 여기저기 기고하는 내가 빨리 글을 써야 하는 줄 알았는지 평소와 다른 스피드를 발휘했다. 빠른 호응도 놀랍지만 평가가 거의 비슷하다는 게 더 놀라웠다. 댓글을 단 분들 가운데 20% 정도는 나와 만난 적이 없는, 그러니까 글로만 나를 아는 분이었는데 그들의 의견도 거의 일치했다.
페이스북 친구들이 본 나의 이미지는 ‘솔직 당당 명랑 유머 능력 열정’ 등 대개 밝은 쪽이었다. 카카오톡으로 지인 5명에게 “이근미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3가지를 적어 보내라”고 했을 때도 거의 비슷한 내용이었다. 공개된 곳이니 좋지 않은 내용을 쓸 리 없음에도 행간에 반성할 점이 박혀 있었다. 나에 대한 평가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자신만만하게 열심히 달린다’로 귀결된다. 실제로 정신없이 바쁘게 지내는 중이다. 그렇다고 딱히 결실이 많은 것도 아닌데 늘 허덕이면서 산다. 그래서 몇 년째 내 삶의 모토는 ‘많은 열매를 맺어 제자임을 보여주고 영광을 돌리는 것’이다.
나에 대한 평가를 점검하면서 앞으로 추가되길 바라는 단어를 곰곰이 생각해봤다. ‘선행, 구제, 사색, 사려 깊음, 겸손, 열매’ 같은 것들이다. 이후로는 옆과 뒤를 돌아보면서 좀 천천히 가야겠다는 마음을 다진다. 당신에 대한 평가가 궁금하다면 페이스북과 카카오톡으로 친구들에게 질문을 던져보시길. 그러면 앞으로 추가해야 할 단어가 떠오르리라.
이근미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