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지형은] 표절문제, 또 그냥 지나가나

입력 2013-04-02 19:40


또 그냥 지나가나? 논문표절 말이다. 전공 분야나 대학에 따라 다소간 차이가 있겠지만 학문이란 게 보편성이 강한 것이어서 크게 다르지 않다. 논문표절을 했느냐, 하지 않았느냐를 가리는 것은 그리 복잡하거나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의심의 정황이 있으면 해당 논문과 표절했으리라 의심되는 글들을 옆에 놓고 줄쳐가며 비교하면 된다. 규정에 걸리면, 표절이다.

너무 단순하게 생각한다고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최근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논문표절 문제와 그 진행과정을 보면 사안에 비해 너무 복잡하다. 처리 과정이 너무 늦다. 무엇보다 유감인 것은 사회적, 학문적으로 납득할 만한 마무리도 없이 어정쩡한 채로 지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언론이 깊이 파헤치지 않고 그래서도 넘어가고 있다.

당사자인 대학의 침묵은 유감

무엇보다 유감인 것은 논문표절 문제에서 가장 직접적인 당사자가 침묵을 지키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사회 말이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당사자들의 논문을 해당 대학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공적으로 검증했는가. 논문심사의 주심과 부심 지도교수들에게는 어떤 조치를 취했는가. 공적인 검증 결과를 사회적으로 적절하게 공표했는가. 사회적으로 파장이 컸던 만큼 언론이 대학의 공표를 그만큼 비중 있게 보도했는가.

사회의 여러 의제에 대해 가장 정확하게 분석하고 평가하며 대안을 제시하는 사람들 가운데 대학사회의 구성원이 많다. 한 사회가 가진 지식 정보 체계에서 가장 전문적인 집단이다. 그러나 그들이 다른 대상에 대해서는 날카로운 지성을 발휘하면서 막상 자신을 대상으로 놓고 하려니 힘든 것인가. 아니면 논문표절의 문제가 박사학위뿐 아니라 석사학위까지 포함한다면 그 표절 관행이 너무나 광범위하고 깊어서일까?

여러 분야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이 많다. 표절과 관련된 언론 보도를 보면서 학위논문의 현재 관행과는 동떨어진 보도라고 생각되지 않는가. 박사학위라면 몰라도, 석사학위 논문이라면 최근 보도된 방송 연예인들 같은 사례는 들추기만 하면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지 않는가.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석사학위 소지자들 가운데 애매하고 어정쩡한 현재 상황에 대해 얘기할 사람들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공적인 칼럼에서 정확한 증거도 없이 논지 전개가 지나친 것 아니냐고 할지 모른다. 언론인들에게 물어보자.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 작심하고 취재하여 보도할 때 언론의 힘이 얼마나 큰지 국민이 잘 안다. 우리 사회에서 논문표절 문제는 고위공직자 청문회 때 등장하여 정치적인 이해관계를 깔고 갑론을박하다가, 당시 상황에서 우연히 걸리거나 의도적으로 끌어들인 다른 분야 사람들 몇 정도 잡고 넘어갈 문제인가. 청문회가 끝나면 지나가고, 나중에 청문회가 열리면 또 써먹을 사안인가. 특별취재팀을 꾸려서 심층 취재할 대상 아닌가.

관련규정을 엄격히 적용해야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는 최고위 지도자들 가운데 일정 범위를 정해 그들이 쓴 논문을 장기적으로 검토한다면 어떨까. 언론이나 정치권이 논문표절을 이런저런 이해관계에서가 아니라 진지하게 심각한 문제라고 본다면 말이다.

논문표절은 심각한 문제다. 학문의 정직성이 유지 발전되지 않으면 사회의 고등 지식 정보 시스템이 발전하지 못한다. 선진국에서 가장 엄격한 것이 대학사회 내의 평가 구조다. 논문표절 문제에 대해 사회적 합의의 원년이라도 정하면 어떨까. 올해 이후로 작성되는 모든 논문에 대해서는 대학의 관련 규정 조문대로 엄격하게 적용하자고 사회 전체가 인식하는 것이다. 국가적으로는 선진국 수준으로 고등 지식의 생산 효율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교육과학기술부 차원에서 대학교육 당사자를 비롯한 관련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고 중장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지형은 성락성결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