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쳐모이는 친박, 견제 나선 비주류

입력 2013-04-02 18:47

다음달 9일쯤 예정된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친박(親朴·친박근혜계) 진영의 후보 단일화 여부가 최고의 변수로 떠올랐다.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인 최경환 의원은 ‘친박 후보 단일화’를 설파하며 물밑 세몰이에 나섰다. 최 의원은 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경선 출마 여부에 대해 “여러 의원들을 만나면서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후보 단일화에는 “내가 경선에 나서는 이유는 한 표라도 더 얻어서 어떻게든 원내대표를 해보겠다는 것이 아니고, 대통령이 성공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의원들의 총의를 모아보자는 것”이라며 경선보다 계파 내 ‘추대’ 형식을 선호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최 의원은 최근 다른 친박 후보인 이주영 의원을 만나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의원은 “주변에서 (단일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이주영 원내대표에 최경환 정책위의장, 이런 얘기가 있다”며 자신으로의 단일화를 주장했다. 지난해 원내대표 경선에서 분루를 삼켰던 이 의원은 그동안 오직 원내대표를 향해 달려왔다며 쉽게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친박 의원들의 기류 역시 단일화가 성사돼 경선 대신 추대를 통해 원내대표를 선출해야 한다는 쪽이다. 한 초선 의원은 “정권 출범 뒤 첫 원내대표 경선인 만큼 대통령과 정책 교감이 뛰어난 의원이 만장일치로 선출되면 모양새가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재선 의원도 “우리는 단일화를 원하고 있다”며 계파 내 분위기를 전달했다.

당내에선 주요 당직을 둘러싼 친박 내 교통정리가 이미 끝났다는 말도 나온다. 최 의원이 원내대표를 맡고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을 역임한 유일호 의원이 정책위의장을, 윤상현 의원이 원내수석부대표를 맡을 것이란 관측이다. 당초 정책위의장 물망에 올랐던 홍문종 의원은 서병수 사무총장을 대신하고 서 총장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부산시장 후보로 출마한다는 시나리오도 ‘친박 담합설’의 연장선에서 흘러나온다.

하지만 비주류 의원들 사이에선 친박이 당 지도부 전체를 장악해 독주하게 되는 결과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기류가 있다. 비박(非朴·비박근혜계) 성향의 3선 의원은 “유력한 원내대표 후보들이 영남에 친박인데 러닝메이트인 정책위의장까지 친박이면 좀 문제”라고 지적했다.

원내대표 후보군 중 한 명인 남경필 의원은 친박 견제론을 등에 업고 독자적인 세 결집에 공을 들이고 있다. 남 의원은 “청와대와 야당의 협상에서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는 여당을 이끌 지도부가 필요하다”며 “이런 뜻이 공감을 얻으면 출사표를 던지겠다”고 말했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