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지출, GDP 기여효과 반토막

입력 2013-04-02 18:35 수정 2013-04-02 22:28


경기를 끌어올리기 위한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 효과가 갈수록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1999년까지는 쏟아붓는 만큼 일정 수준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반 토막이 났다. 무턱대고 재정지출을 늘리기보다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분야에 투자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지적이다.

한국은행 최진호·손민규 과장은 2일 ‘재정지출의 성장에 대한 영향력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를 내고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리면 경제성장률이 높아지지만 그 효과는 2000년대 들어 현저히 줄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1986년부터 2011년까지 정부지출승수 변화 추이를 추적했다. 지출승수는 재정지출을 1원 늘릴 때 국내총생산(GDP)이 얼마나 변화했는가를 보여준다.

정부가 주도하는 산업이 많았던 90년대에는 재정투입 효과가 톡톡했다. 정부가 1원의 재정을 지출하면 다음 분기의 GDP는 0.76원 증가했다. 최고 0.78원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반면 2000∼2011년까지는 재정지출이 GDP 상승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1원의 재정을 지출해도 0.27원 정도의 상승만 이끌었다. 가장 효과가 좋았을 때의 최고치를 따져도 0.44원에 그쳤다.

2000년대 들면서 재정지출이 경제성장을 끌어올리지 못하는 것은 우리 경제의 ‘수입 의존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국산품 이상으로 수입품의 인기가 올라가면서 정부가 시중에 돈을 풀어도 수입품을 사는 데 쓰면서 국내 생산을 늘리는 방향으로 돈이 돌지 않는 것이다.

또 정부지출 중 생산유발 효과가 높은 ‘투자지출’ 비중이 줄어든 것도 한몫 했다. 90년대에는 정부 주도 건설투자사업, 일자리 창출사업 등에 돈을 쓰면서 확실한 GDP 성장을 이끌었다. 이에 비해 2000년대에는 이렇다 할 정부 주도의 투자지출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보다 정부의 재정을 ‘어떻게 쓸지’ 고민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최 과장은 “정부 투자지출의 성장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연구·개발(R&D), 소프트웨어 등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