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부동산 대책 이후] 중대형 보유자들은 소외감, 1기 신도시 주민은 기대감
입력 2013-04-02 18:28
정부의 ‘4·1 주택시장 정상화 종합대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업계에선 ‘핵심을 건드리지 못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기도 일산 마두동 S공인중개사 관계자는 2일 “여전히 소형은 실수요자들이 찾는 경우가 있지만 중대형은 수천만원을 낮춰 내놓은 급매물도 찾은 경우가 없어 가격 내림세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이미 50평대가 고점의 절반인 6억원대로 떨어졌는데도 전용 85㎡ 이상이라고 양도세 혜택을 받지 못하면 매매 활성화는 기대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서울 강북 지역도 마찬가지다. 마포에 85㎡ 초과하는 아파트를 보유한 대기업 부장 김모(44)씨는 “3년 전 2억원 넘게 대출 받아 아파트를 마련했지만 그 사이 가격이 1억원 넘게 빠졌다”며 “중대형 아파트 사는 게 죄 지은 것도 아닌데 정부는 여전히 외면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에다 85㎡ 초과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하우스푸어의 경우 원금상환을 유예해주는 혜택도 받을 수 없어 중대형 평형 거주자들의 불만은 더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거래 활성화에 가장 큰 효과가 있는 양도세 감면 혜택을 전용 면적 기준이 아닌 가격 기준으로만 제한해야 한다고 말한다.
부동산정보업체 리얼투데이의 양지영 리서치자문팀장은 “매매가 안 되고 있는 중대형 아파트 거래 활성화를 위해서는 전용면적 기준으로 양도세 감면 혜택 대상을 가르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면적 기준이 아닌 가격 기준으로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1가구 1주택자가 내놓은 주택이나 미분양주택 구입자에 대한 양도세 면제 등도 다주택자, 부동산 부유층에 대한 혜택이 크다는 점에서 갈등의 소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허윤경 연구위원은 “정부 대책은 국회 상황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한 고육지책”이라며 “하지만 이번 대책이 조속히 시행되지 않는다면 부동산 시장은 더 침체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주식시장에서 건설주들은 대부분 급락했다. 부동산대책 발표를 앞두고 오른 주식의 차익실현 매물이 나온 영향도 있지만 이번 대책이 부동산시장 활성화에 대한 확신을 주지 못했다는 점이 악재가 된 것이다. 특히 중대형 아파트 거래 부진과 이에 따른 매매 가격 하락이 미분양 주택과 하우스푸어를 양산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책이 제외됐다.
한편 정부가 공동주택 리모델링의 수직증축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함에 따라 분당 평촌 등 일부 1기 신도시에서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현재 서울·경기도 등지에서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는 주요 아파트는 41개 단지, 2만8091가구다. 그동안 분당 등 1기 신도시의 노후 주택 주민들은 전면 철거하고 새 집을 세우는 재건축보다 낡은 집을 고쳐 쓰는 리모델링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간 수평·별동 증축만 가능하도록 한 제한에 묶여 좀처럼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웠다. 집을 옆으로 늘리거나 별도 아파트 건물을 세우는 방식은 조건이 딱 들어맞는 입지를 갖춘 일부 사업장에서만 제한해 적용 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같은 1기 신도시지만 일산은 반응이 뜨뜻미지근하다.
고양시 일산동 한 공인중개사는 “85㎡ 시세가 현재 3억원대인데 리모델링 비용이 1억원에 가깝다고 하면 주민 중 상당수가 반대할 것”이라며 “일산 인근 미분양 주택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리모델링으로 늘어난 가구 역시 분양이 잘되라는 보장이 없다”고 전망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