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탑 사리함 47년만에 햇빛
입력 2013-04-02 18:22
대형 크레인이 6t 화강암으로 된 석탑의 2층 옥개석(지붕처럼 덮은 돌)을 천천히 들어올렸다. 탑신의 사리공(사리를 모시기 위한 공간으로 가로세로 각각 41㎝, 깊이 19㎝)에서 비단 천으로 덮인 사리장엄구(사리를 넣어두는 함)가 모습을 드러냈다. 경북 경주 불국사 삼층석탑(석가탑·국보 21호) 안에 모셔진 부처 진신사리가 47년 만에 햇빛을 보는 순간이었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는 2일 오후 석가탑 2층 옥개석을 해체하고 사리와 사리장엄구를 수습하는 행사를 가졌다. 석가탑은 지난해 9월 상층 기단에서 균열이 발견되면서 복원 사업을 위한 해체 작업에 들어갔다. 지난해 말까지 상륜부(탑 위에 층층이 쌓은 바퀴 모양의 형태) 해체가 완료된 데 이어 현재 탑신부 해체가 진행 중이다.
신라 경덕왕 원년(742년) 김대성이 건립한 석가탑 진신사리의 존재는 1966년 도굴 사건 여파로 탑이 해체·수리되면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당시 사리공에서 사리와 함께 금동제 외합과 은제 내합, 세계 최고(最古)의 목판인쇄물 무구정광대다라니경, 고려 때 중수(重修) 문서 등이 발견됐다. 그중 28건은 국보로 지정됐다. 따라서 이날 수습된 사리장엄구는 대부분 복제품이지만 은제 사리호와 목제 사리병은 진품이다.
국립문화재연구소 배병선 건축문화재연구실장은 “사리와 사리장엄구는 연구소 산하 문화재보존과학센터에서 조사와 보존처리를 거친 뒤 탑에 재봉안할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복원 작업은 석탑 해체와 부재 세척 및 접합, 구조보강 등의 작업을 거쳐 내년 6월까지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경주=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