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건물보다 추억이 애교심 높인다
입력 2013-04-02 18:17
대학생들은 캠퍼스의 화려한 건물엔 별 관심이 없으며 잔디밭, 벤치, 노천극장 등 사람들과 어울리는 장소를 통해 애교심을 갖게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학들이 ‘학생 유치 전쟁’을 치르느라 대대적으로 진행하는 캠퍼스 리모델링 공사가 오히려 이런 정서적 공간을 파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연세대 주거환경학과 김지우(37·여)씨는 최근 발표한 박사논문 ‘대학 캠퍼스 장소 정체성 연구’에서 캠퍼스 공간별로 학생의 애교심을 높이는 데 미치는 영향을 수치로 측정했다.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장소는 ‘만남의 공간’(0.158)이었다. 서울대 연못 자하연, 연세대 노천극장 등 사람들이 모임을 갖거나 휴식을 취하는 공간을 뜻한다. 이어 건물 간 조화(0.129), 랜드마크(0.083), 자연환경(0.056) 순이었고, 건축물(0.053)이 애교심에 미치는 영향은 9가지 공간 요소 중 5위에 그쳤다.
연구는 서울의 28개 대학 재학생 1445명을 상대로 한 예비조사와 462명에 대한 심층조사를 통해 이뤄졌다. 학생들이 캠퍼스에 애정을 많이 느낄수록 학교에 대한 소속감도 높게 나타났고, 학교의 정체성 형성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대학들은 캠퍼스 리모델링에서 건물 공사에 치중하고 있다. 동국대는 지난해 신공학관·약학관·산학관 등을 새로 지었고, 서울시립대 역시 2018년까지 낡은 건물들을 모두 리모델링할 예정이다. 연세대는 조만간 교정의 중심 거리인 백양로의 지하 개발 공사를 시작한다.
김씨는 “최근 많은 대학이 캠퍼스 환경 변화를 시도하면서 난개발이 진행되고 있다”며 “건축물보다 학생들의 정서적인 부분까지 고려해야 학교 이미지를 높이는 데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용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