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변의 모든 핵시설 재가동”… 北 ‘6자회담 합의’도 버렸다

입력 2013-04-02 18:14 수정 2013-04-03 01:57

북한이 폐쇄됐던 5㎿ 흑연감속로를 포함한 평안북도 영변의 모든 핵시설을 재가동키로 했다고 2일 발표했다. 6자회담 합의로 6년 동안 중단했던 플루토늄 추출을 재개함으로써 본격적인 핵무기 개발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첫 외교안보장관회의를 열고 북한 내부의 긴박한 동향과 안보위기 대처 방안을 논의했다.

북한 원자력총국 대변인은 “현존 핵시설들이 (노동당의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 병진 노선에 맞게 용도를 조절해 변경해나가기로 했다”면서 “우라늄 농축 공장을 비롯한 영변의 모든 핵 시설들과 5㎿ 흑연감속로를 재정비, 재가동하는 조치도 포함된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대변인은 “자립적 핵동력 공업을 발전시키는 조치의 하나로 이같이 결정했고 사업들은 지체 없이 실행에 옮겨지게 될 것”이라면서 “우리 원자력 부문 앞에는 나라의 전력 문제를 푸는 데 이바지하며 핵무력을 질량적으로 확대 강화해야 할 중대한 과업이 놓여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2007년 6자회담에서 도출된 ‘2·13’ 및 ‘10·3’ 합의에 따라 영변의 핵 재처리시설, 연료공장, 흑연감속로 등을 봉인한 뒤 폐쇄했지만 2008년 더 이상 회담이 진전되지 않고 주변국의 에너지 지원도 이뤄지지 않자 봉인을 해제했다. 2009년 11월 북한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 봉쇄정책에 반발해 “8000개의 사용후 폐연료봉에 대한 재처리를 완료했다”고 위협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외교안보장관회의에서 “현 상황에 대한 냉철한 인식을 토대로 만반의 대응 체제를 갖춰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우리 안보상황이 매우 엄중하다. 앞으로 상황 전개를 봐가며 외교안보장관회의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수시로 열 것”이라며 “북한 도발 시 응징하는 것이 필수지만 그보다는 강력한 외교적·군사적 억지력을 통해 감히 도발해올 생각을 갖지 못하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회의가 긴급 소집된 것은 정보당국이 북한의 이상 징후를 포착해 청와대에 보고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중국 정부는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중국 외교부 훙레이(洪磊)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한반도 비핵화 실현은 중국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우리는 이에 유감을 표시한다”고 밝혔다.

유럽 안도라를 방문 중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현지 기자회견을 통해 “한반도 위기가 너무 고조됐다. 상황을 진정시켜야만 한다”며 북한 사태 해결을 위한 대화와 협상을 촉구했다.

신창호 기자,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