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 동성결혼 합법화 움직임 … 세계 각국 ‘허용’ 분위기 확산
입력 2013-04-02 17:51
“인류에 대재앙 불러” 교계 경고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려는 움직임이 최근 세계 각지에서 일고 있다. 동성애를 죄악으로 규정한 성경의 가르침에 역행하는 흐름이다. 이에 각국 기독교계는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거스르는 것은 인류에겐 재앙”이라고 개탄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캘리포니아주 동성결혼 금지법과 연방 결혼보호법에 대한 위헌 여부 심리를 진행 중이다. 동성결혼 금지법은 1, 2심에서 위헌 판결을 받았다. 결혼보호법은 결혼을 ‘한 남성과 한 여성 간의 혼인’으로 규정하고 동성결혼자에 대한 복지 혜택을 제한해 문제가 됐다.
2일 미국 언론에 따르면 오는 6월쯤 나올 대법원의 결론은 동성결혼 합법화 쪽으로 기운 분위기다. 동성결혼 금지법에 관한 심리에서 절반 이상의 대법관은 상고 이유가 부족하다며 기각 또는 각하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하면 하급심의 위헌 결정이 유지된다. 결혼보호법 관련 심리에서도 대법관 9명 중 5명이 합헌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현지 기독교계 등 보수 진영은 반대 시위를 벌이며 동성결혼 합법화 저지에 나서고 있다. 보수 진영의 스타 논객인 벤 카슨 존스홉킨스대병원 의사는 동성애를 매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결혼은 하나님의 섭리를 따라야 한다”며 “동성애자들에게 동등한 권리를 준다고 해서 그것을 ‘결혼’이라고 불러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영국과 프랑스에서도 동성결혼 합법화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 2월 영국 하원에서 동성결혼 합법화 법안이 가결된 데 이어 프랑스 하원에서도 유사한 법안이 통과됐다. 양국 모두 집권다수당이 추진하는 법안이어서 상원에서도 통과될 가능성이 높지만, 기독교계의 반발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캔터베리 대주교(영국 성공회 수장)에 취임한 저스틴 웰비 대주교는 “전통적 결혼에 대한 교회의 지지 입장은 변함없다”며 동성결혼 합법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영국 정부는 성공회의 입장을 감안해 동성결혼식 주재를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을 교회에 주기로 했다. 프랑스 가톨릭 교회와 보수 야당은 지난 1월과 3월 파리에서 수십만명이 참가하는 동성결혼 합법화 반대 시위를 벌였다.
동성결혼 합법화 바람이 거센 이유로는 동성애를 긍정적으로 묘사하는 미디어의 영향과 함께 종교의 쇠퇴가 꼽힌다. 미 애머스트대 리 바제트 교수는 “교회에 다니는 사람 수가 급격히 줄고 있는 나라에서 동성결혼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에선 성 정체성에 대한 차별금지를 명시한 차별금지법안이 야당 의원들에 의해 발의돼 교계가 강력 저지에 나서고 있다. 이용희 가천대 교수는 “이 법안이 통과되면 학생들에게 동성애를 보편화시키는 교육을 해야 하며, 동성애 반대 설교를 할 경우엔 처벌받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성경에 나오는 소돔과 고모라는 동성애 등 성적 타락으로 심판 받아 멸망했다”며 “성경의 진리를 경홀히 여겨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