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진홍] 동의대 사건과 민주화 유공자
입력 2013-04-02 19:33
경찰관 7명이 숨진 이른바 5·3 동의대 사건에 연루된 대학생 46명이 민주화 유공자로 인정받고 보상금까지 받은 2002년. 동의대 사태 때 불에 타거나 화염을 피해 건물 창틀에 매달려 있다가 추락해 숨진 경찰관 유족들은 “국가에 목숨을 바친 이들은 죄인이고 경찰관을 죽인 이들은 민주화 유공자냐”며 오열했다. “불법 폭력을 휘두른 대학생들이 민주화 유공자로 떠받들어진다면 그 나라는 우리가 지켜야 할 대한민국일 수 없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유족 중에는 이 소식을 듣고 충격 받아 심장마비로 목숨을 잃은 이까지 있었다. 유족들은 민주화 유공자가 지정이 잘못됐다면서 거세게 항의했지만 정부는 묵묵부답이었다. 대학생들이 민주화 유공자가 되자 경찰 간부들 사이엔 추모식 참석을 꺼리는 분위기도 있었다.
동의대 대학생들이 사건 발생 13년 만에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민주화운동 관련자’가 된 데 이어 숨지거나 부상한 경찰관들은 무려 24년 만에 명예를 회복하게 됐다. 지난 2월 제정된 ‘동의대 사건 희생자 명예회복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경찰청이 1일 유족에게 1억1400만∼1억2700여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한 것이다. 화상을 입은 경찰관들에게는 2000만원이 주어졌다.
매우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조치다. 그러나 대학생과 경찰관 모두 정부로부터 보상금을 받게 된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란 말인가. 정권의 성향에 따라 평가가 오락가락하면서 빚어진 결과다.
유족들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정부의 보상금만으로 고인이 된 아들 또는 동생의 명예를 완전히 회복할 수 없으며, 동의대 학생들에 대한 민주화 유공자 인정이 철회돼야 진정한 명예회복이 가능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를 위해 재심을 불허하고 있는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려 국회 청원과 헌법소원을 다시 제출할 계획이라고 한다.
민주화 유공자는 1만명을 넘어섰고, 지급된 보상금도 1000억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래서 민주화운동 보상법이 남용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주화운동’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대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아도 하루아침에 민주화 유공자가 되는 등 법치국가의 근간을 뒤흔드는 ‘기이한 법’이라는 얘기도 있다. 정부에서 개선책을 모색할 때가 됐다.
김진홍 논설위원 j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