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산되는 24시간 기도운동] (上) “하나님을 사랑…” 14년째 단 1초도 기도가 멈춘적 없다

입력 2013-04-02 17:24


美 캔자스시티 ‘국제기도의 집’ 가다

지난달 29일 새벽 2시(현지시간) 미국 캔자스시티 국제기도의집(IHOP-KC)에 있는 기도실(Prayer Room)에서 감동적인 장면을 보았다. 한국인으로 보이는 한 여성이 기도실 뒷면에 붙어 있는 세계지도의 한반도 부분을 두 손으로 감싸고 눈물로 기도하고 있었다. 미국인들은 최근 한반도 정세를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머나먼 미국 캔자스시티 시골마을의 기도실에서 한반도를 위해 하나님께 간구하는 ‘기도하는 여성’을 본 것이다. 가슴 깊숙한 곳에서부터 뜨뜻한 것이 올라오는 것 같았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지금의 ‘위험한 평화’가 이름모를 누군가가 드리는 간곡한 기도의 덕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트랜스포메이션 월드가 주최한 70시간 연속기도회 참석차 방문한 캔자스시티 국제기도의집은 매일 24시간 연속 기도운동을 펼치는 곳으로 유명하다. 지금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 24시간 기도운동을 하는 ‘기도의 집’이 속속 세워지고 있는데 이곳이 바로 원조 격이다. 1999년 9월 19일 캔자스시티에서 성공적인 목회를 펼치던 마이크 비클(59) 목사는 캔자스시티 공항에서 1시간 정도 떨어진 조그만 장소에서 20여명과 함께 매일 24시간, 주 7일, 일년 365일 하나님께 경배하며 기도하는 기도운동을 시작했다. 시편 27편 4절에 나오는 다윗의 고백을 근거로 비클 목사는 기도의집 운동을 펼쳤다.

캔자스시티 국제기도의집의 모델이 된 것은 한국 여의도순복음교회의 기도운동이었다. 비클 목사는 82년 여의도순복음교회와 오산리기도원을 방문, 한국교회의 기도운동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 기도운동을 이끈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를 지금도 영적 멘토로 생각할 정도로 많은 영향을 받았다.

한국 방문 이후 그는 목회지에서 뜨거운 기도 사역을 펼쳤고 결국 국제기도의집을 창립하기에 이르렀다. 20명으로 시작된 기도모임은 14년째인 지금 거대한 기도 무브먼트로 성장했다. 자비량으로 풀타임 사역하는 스태프만 1000여명이며 자체적으로 세운 아이합대학교(IHOPU)에는 세계 각지에서 온 1000여명의 학생들이 다니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기도운동이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스태프들의 평균 연령은 26세. 연말에 열리는 ‘원띵(Onething) 집회’에는 2만5000여 젊은이들이 모여 자신의 인생을 하나님께 드릴 것을 다짐한다. 국제기도의집 방문자 수도 매년 10만명에 달하고 매일 10만여명이 웹사이트를 통해 생방송으로 중계되는 기도실의 기도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99년 이후 지금까지 이곳에서는 단 1초도 예배가 드려지지 않은 적이 없었다.

국제기도의집에서 가장 강조하는 점은 ‘하나님과의 친밀함’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 믿음의 대상인 하나님을 알고, 그분을 사랑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는 주장이다. 모든 예배와 프로그램이 하나님과의 친밀감을 회복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워커(Worker)보다는 러버(Lover)가 되라”는 것이 기도의집에 있는 이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하나님의 일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하나님을 사랑해야 한다는 것. 찬양은 기도실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다. 2시간마다 새로운 음악 팀이 올라와 예배를 인도한다. 미스티 에드워즈(34)는 국제기도의집을 대표하는 찬양 리더. 내는 음반마다 아이튠스 음원 판매 5위 안에 들 정도로 일반인에게까지 인기가 있다. 에드워즈는 인터뷰에서 “기도실에서 기도하다 보면 수만명의 청중 앞에서 찬양을 드리는 것보다 ‘오직 한 명의 관객’이신 주 예수 그리스도께 드리는 찬양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늘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상당히 많은 한국인이 이곳을 방문하고 있으며 국제기도의집 주변에 살면서 기도운동에 참여하는 한국인들만도 약 200명이 된다. 국제기도의집 내에는 정식으로 한국인 사역부가 형성돼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인 사역부 대표 김재익 선교사는 “국제기도의집은 하나님과 깊이 교제하며 그분의 뜻을 구하는 기도운동의 장소”라면서 “이곳에 대한 편견과 오해도 적지 않은데 우리가 펼치는 것은 기도운동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평신도뿐 아니라 목회자와 선교사들도 이곳을 자주 방문한다. 미국 풀러신학교를 졸업하고 로스앤젤레스에서 목회하다 3년 전에 가족과 함께 캔자스시티로 이주한 이장욱 목사는 매일 밤 12시부터 새벽 6시까지 기도실에서 기도하고 있다. 그는 “먼저 하나님과의 친밀함을 회복하는 것이야말로 모든 목회의 시작이라는 점을 이곳에서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됐다”면서 “이곳에서 기도하다 보면 영적 호흡이 뚫리는 것을 경험한다”고 말했다. 잠시 이곳을 찾았다 아예 중보기도 선교사로 평생 서원한 사람도 있다. 미국 버지니아에서 목회했던 양정호 목사와 부인 양소영 사모는 중보기도 선교사로 헌신, 한국교회와 열방을 위한 중보기도를 드리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 가운데 하나님과의 스토리가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야기하다 보면 모두가 “어떤 대가를 치르고서라도 하나님을 만나고, 그 하나님과의 친밀감을 회복하겠다”는 결심을 했고, ‘더 중요한 것을 위해 덜 중요한 것을 버리는’ 떠남을 감행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곳 기도실에서는 전 세계 평화를 위한 기도가 드려진다. 시리아 난민 문제, 중국 교회의 부흥, 박해받는 크리스천들을 위한 중보, 이스라엘의 회복, 인신매매와 빈곤 문제 해결…. 한반도 평화와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기도는 이곳에서 빠짐없이 자주 드려지는 단골 기도 메뉴다. 국제기도의집에서는 기도만 드리는 것이 아니다. 기도의집 내에는 80여개의 사역 기구가 사회 정의와 나눔 사역에 참여하고 있다.

기도의집 대표 비클 목사는 은사 사역자라기보다는 철저한 말씀 사역자였다. 그는 오랜 세월 하루 8시간씩 성경 연구와 묵상을 하고 있으며 특히 마틴 로이드 존스의 모든 책들을 ‘씹어 먹을 정도’로 섭렵했다. 이번 70시간 기도회 참석차 기도의집을 방문한 김상복 할렐루야교회 원로목사와 만난 자리에서는 존 스토트와 아더 핑크 등 복음주의권 목회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깊이 나눴다. 한국 합동교단 출신으로 7년 전부터 이곳에 와 있는 남모 목사는 “비클과 같이 깊이 있는 메시지를 전하는 사람을 만나보지 못했다”면서 “특히 그의 검소한 삶, 하나님께 집중하는 삶을 한국 목회자들이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기도실에서 잠잠히 머물면서 기자 역시 ‘한 사람의 관객’이신 주 예수 그리스도와 친밀함을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실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생각했다.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방문해 하나님의 뜻을 구했던 강원도 태백의 ‘예수원’과 비슷했다. 분위기는 달랐지만.

국제기도의집을 방문하면서 한국교회는 이곳을 자세히 모르거나 상당한 편견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제CCC와 YWAM 등이 공식적으로 협력하고 있으며 수많은 영적 리더들과 성도들이 이곳에서 하나님과의 친밀함을 회복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었다. 이들은 우리로부터 기도를 배웠다. 수많은 청년들을 기도의 자리로 오게 만든 그들로부터 이제 우리가 배울 점이 있다는 생각이다.

캔자스시티=글·사진 이태형 선임기자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