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교신학 연구에 힘쓰는 김영동 장신대 교수 “영적성장에 걸맞게 한국형 선교모델 정립해야”
입력 2013-04-02 17:09
‘한국선교신학을 세우는 것은 세계선교에 더욱 효과적으로 헌신하기 위한 필수 과제’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이와 관련한 연구는 아직 가시적인 열매를 맺지 못했다. 교계에선 세계교회협의회(WCC)와 세계복음주의연맹(WEA) 총회의 한국 개최를 앞둔 우리 교회가 영적 성장에 걸맞은 스스로의 선교신학을 정립하는 데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는 우리만의 ‘선교 노하우’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선교현장에 효율적으로 적용하려는 목적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다.
김영동(56) 장신대 교수는 지난달 27일 서울 광장동 장신대 연구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128년간 하나님께서 한국교회에 부어주신 은혜를 잘 되새기고 그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한국교회가 체계적으로 한국선교신학을 연구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장신대신대원을 나와 독일 베를린훔볼트대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김 교수는 한국선교신학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그는 “한국선교신학과 관련한 논의는 수년 전부터 이뤄졌지만 현재 학계나 선교계의 관심은 그리 뜨겁지 않아 보인다”며 “어떻게 해야 더 많은 선교사를 파송할지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선교에 대한 반성과 연구가 깊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선교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같은 논의를 뒤늦게 시작한 이유는 한국 기독교의 특수성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서구의 지배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서구신학을 거부감 없이 거의 그대로 받아들였고 이 같은 경향은 지금도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서구 선교사들이 우리에게 전해준 신학을 그대로 따르고 교육하는 게 신학의 임무라고 말하는 그리스도인들이 있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한국적 또는 한국형 선교의 강점으로 단순히 물질적 혜택을 주는 방식이 아니라 복음을 근본으로 한 정(情)을 나누는 자세를 꼽았다. “2004년 선교단체와 함께 베트남에 갔을 때 한 공산당 간부가 ‘당신들은 예수님이 우리에게 보내주신 천사와 같다. 물질적으로 우리를 더 많이 돕는 나라도 있지만 어느 나라보다 특히 한국교회에 감사함을 표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인사치레가 아니었습니다. 공산당 간부의 입에서 예수님과 천사라는 말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큰 감동이었습니다.”
김 교수는 또 “초창기 한국교회는 밖에서 들어온 신학을 따를 수밖에 없었지만 교회를 개척하고 복음을 전하는 실천에 있어서는 어느 나라 사람들보다 강한 면을 보였다”며 “특히 선교 열정, 예배하는 영성, 헌신 등에서 강점이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물론 한국적 선교의 대전제는 성경적이어야 한다는 것. 이와 함께 우리만의 선교 경험이 최우선이라는 배타적인 방식을 지양해야 한다. 김 교수는 “하나님의 말씀을 근본으로 한국선교신학을 연구하되 한국적 선교방식을 그대로 선교현장에 전할 게 아니라 이를 토대로 타문화권 사람들도 스스로 그들의 신학을 정립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한국선교신학이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단발성 세미나에서 이를 다루는 데 그칠 게 아니라 지속적인 연구와 이를 근거로 한 교육·훈련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신학교 커리큘럼뿐 아니라 선교사훈련 과정에도 필수적으로 한국선교신학과 관련한 내용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선교신학의 연구를 통해 선교지에서의 갈등을 조정하거나 연합 사역을 하는 데 일부 약점을 보인 한국선교를 되돌아보고 이를 극복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순수한 열정으로 땅끝까지 복음을 전했던 초기 선교사들의 정신을 더욱 뜨겁게 살리는 길은 한국선교신학을 세우는 것에서 시작될 수 있습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