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선 목사의 시편] 미국 교회가 준 교훈
입력 2013-04-02 17:08
국민일보는 지난 2월 미국 NCC(기독교교회협의회)가 재정난으로 인해 뉴욕 맨해튼의 ‘인터처치 센터’를 떠났다고 보도했습니다. ‘인터처치 센터’는 ‘허드슨 강가의 개신교 바티칸’을 지향하며 1960년에 완공된 19층짜리 건물로 수많은 교회 단체들이 자리를 잡아 ‘갓 박스’(God Box)라는 별명이 붙기도 한 건물이랍니다. 이런 건물에서 50년 동안 자리한 NCC 본부가 문을 닫고 워싱턴 지국으로 옮겼다는 것입니다. 1960년대에 인터처치 센터 3개 층에 수백 명의 직원을 두고 운영했던 NCC가 10여전 전부터 회원 교단들의 재정 후원이 줄어들면서 이런 상황에 처한 것입니다. 2008년 이후 금융위기의 여파가 여기까지 미친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 보도를 접하다 보니 그보다 훨씬 전의 미국교회 사건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진 로스앤젤레스의 대형교회인 수정교회(Crystal Cathedral)가 천주교에 팔린 사건입니다. 2011년의 일입니다. 수정교회는 미국 대형교회의 원조로 인정될 뿐 아니라 우리나라 방송에도 많이 소개된 로버트 슐러 담임목사는 한국의 웬만한 목사님보다 더 유명했습니다. 예배당 건물 외벽은 1만664장의 유리로 덮여 있고, 내부에는 세계 최대 파이프오르간도 설치되어 있으며 출석 교인 수가 1만 명이 넘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슐러 목사의 은퇴 후 후계문제와 함께 교인 감소와 경제 위기가 겹치면서 교회 재정은 악화일로로 치달았고 결국 가톨릭교회에 넘어간 것입니다.
수정교회와 미국 NCC의 우울한 소식을 접하면서 왜 한국교회가 걱정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나라의 일부 교회는 대형화를 넘어서 초대형교회로 치닫고 작은 교회들은 심각한 위기에서 벗어날 희망이 보이지 않습니다. 거기에 교회의 이미지는 이런 저런 교회 내부의 불미스러운 일들로 점차 손상되어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답답합니다. 언젠가는 한국의 대형교회 중에서 수정교회 같은 일이 일어나는 것이 아닐지 염려됩니다. 또 미국 NCC가 보여주듯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대형 교회 연합체가 더 이상 힘을 쓰기 어려운 때는 오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기독교인수 정체를 가톨릭 교인수 증가와 연관시키고 싶지 않은데 자꾸 그것이 머리 속에 자릴 잡습니다. 교회의 대형화보다 건강한 교회를 가꾸는 것이 교회를 지키는 유일한 길일 것입니다. 큰 몸이 아닌 건강한 몸이 일도 잘하고 오랫동안 버틸 수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습니다. 주님이 이 땅에 오셨을 때 화려한 왕궁이 아닌 초라한 마구간에서 태어나셨다는 것도 다시 기억하고, 교회다운 교회를 위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산정현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