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방해하는 낚시 안된다… 춘천시 상중도 주민들, 쓰레기 무단 투기 낚시꾼과 전쟁

입력 2013-04-01 22:46


1일 오전 10시 강원도 춘천시 상중도 내 수로는 최근까지 보이지 않던 철조망이 전체를 둘러싸고 있었다. 1㎞에 이르는 철조망 곳곳에는 ‘낚시금지’ ‘자연을 보호합시다’라는 수십 개의 깃발이 걸렸다. 또 최근까지 낚시꾼들이 머물던 자리에는 소주병과 맥주캔 등 각종 쓰레기가 수북이 쌓여있었다.

수로를 지나던 한 주민은 “낚시꾼들이 아무렇지 않게 쓰레기를 마구 버리고, 농로 중간에 차를 버젓이 주차해 이를 참지 못한 주민들이 철조망을 설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원도 춘천 상중도 주민들이 ‘낚시꾼들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부터 상중도에 붕어 낚시꾼들이 몰려들면서 이 일대가 낚시꾼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 상황이다.

특히 낚시꾼들이 비좁은 농로에 차를 마구잡이로 세워 놔 농번기를 맞은 주민들이 낚시꾼들과 주차 실랑이를 벌이는 등 농사짓는 데 피해를 입고 있다. 결국 참다못한 주민들은 지난달 18일쯤 자비로 철조망과 쇠말뚝 등을 구입해 사흘간 수로 출입을 완전히 막았다

김양수(40) 통장은 “붕어낚시가 시작되는 3월부터 낚시철이 끝나는 12월까지 낚시꾼들과 벌이는 실랑이가 수십 년째 반복되고 있다”며 “10년 전에는 청소차 10대 분량의 불법투기 쓰레기를 한꺼번에 치운 것을 비롯해 매년 1t씩을 주민들이 치우고 있다”고 말했다. 김 통장은 또 “오죽하면 주민들이 철조망까지 설치했겠느냐”고 토로했다.

낚시꾼들도 주민들의 이 같은 결정에 수긍하고 있다. 수로에 낚시를 하러 온 전관옥(50)씨는 “같은 낚시꾼으로 농사까지 방해하는 낚시꾼들의 행태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행정기관에서도 계도 현수막을 내거는 등 이 문제를 발 벗고 나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춘천=글·사진 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