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오프 신랑·전신화상 신부… 시련이긴 결혼
입력 2013-04-01 22:27
브루노 마스의 ‘당신 모습 지금 그대로(just the way you are)’가 흘러나오자 다소 부자유스러운 듯한 얼굴의 신랑과 몸에 화상의 흔적이 역력히 남아 있는 신부가 입장했다. 30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포스워스의 리드글리 교회에서 열린 신랑 댈러스 윈스(27)와 신부 제이미 내쉬(29)의 결혼식은 150여명의 하객에게 결혼식 이상의 감동을 주었다.
CNN 등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신랑 윈스는 2008년 리드글리 교회에서 페인트칠을 하는 봉사활동을 하다가 감전 사고를 입어 안면 전체를 이식받는 미국 최초의 ‘페이스오프’ 수술을 견뎌내야 했던 주인공이다. 생존이 기적일 정도의 사고였고, 사고 당시에는 눈과 코, 입술이 사라질 정도로 큰 화상을 입었다. 현재는 22차례에 걸친 수술 끝에 온전한 이목구비를 갖춘 상태다. 하지만 화상의 흔적까지 지울 순 없었고, 윈스는 앞을 보지 못하게 됐다.
2010년 교통사고를 당해 불이 난 차에 갇혀 있어야 했던 신부 내쉬도 웨딩드레스 밖으로 드러난 등과 팔에 넓은 흉터가 있다. 온몸의 70%에 화상을 입어 윈스를 만나기 전까지는 새로운 사랑을 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이들이 만난 건 2년 전 병원의 화상환자 모임에서다. 윈스와 내쉬는 같은 상처를 공유하면서 사랑을 키워갔다. 활짝 웃으며 하객에게 인사하는 신랑과 신부는 여느 결혼식장의 신혼부부와 마찬가지로 행복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윈스는 내쉬에게 “당신이 나를 선택했다는 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축복”이라고 말했다.
이날 결혼은 두 사람 모두에게 두 번째다. 윈스는 다섯 살 난 딸의 아빠이고, 내쉬는 열 살 딸과 여섯 살 아들이 있다. 내쉬는 “나는 그의 눈이 되고 그는 나의 손이 되면서 우리는 서로 완벽한 짝이 됐다”며 “우리의 결혼은 희망에 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