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동산종합대책이 실효를 거두려면
입력 2013-04-01 20:56
정부·정치권, 가능한 모든 규제 풀기에 총력 기울여야
부동산시장은 한국 경제와 뗄래야 뗄 수 없는 질곡의 역사를 거쳐 왔다. 1970∼80년대 개발경제 시절 부동산은 재산증식 수단 1순위였으며 2000년대 노무현 정부 시절엔 온갖 규제책을 쏟아내도 자고 나면 뜀박질하는 아파트값 때문에 자칭 서민 대통령이 강남 부자들만 배불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노 전 대통령은 “어느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바꾸지 못하도록 부동산시장에 대못을 박겠다”고 했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하나 둘씩 대못들이 뽑혔다.
박근혜 정부가 처음으로 어제 부동산시장 대못들을 몇 개 더 뽑았다. 장기 침체된 부동산시장을 정상화하지 않고선 추락하는 경제를 살릴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정도 대책은 ‘언 발에 오줌누기식’ 대책밖에 안 된다는 판단이다. 올 연말까지 9억원 이하 기존 주택이나 신규·미분양 주택 구입시 취득 후 5년간의 양도소득세 면제와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에 대한 취득세 한시적 면제 및 금융규제 완화 등은 세금과 금융혜택을 줘 수요를 부추기자는 것이다. 문제는 부동산시장이 앞으로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있어야 수요도 살아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은 1인 가구 증가와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 은퇴가 맞물리면서 장기적으로 하락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1인 가구들은 주택매매의 필요성을 덜 느끼는 데다 자녀교육에 올인하다 집 한 채만 덜렁 남긴 채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들이 노후생활비 마련을 위해 대거 부동산 매각에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구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이 2.3%로 곤두박질쳐 일자리와 소득감소가 걱정인데 누가 선뜻 지갑을 열겠는가.
이명박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보금자리 주택축소 등 공공택지·보금자리 지구 사업계획을 시장수요를 감안해 조정하겠다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동안 시장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공공부문 물량이 쏟아지면서 민간 건설사들의 줄도산이 이어졌다.
부동산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해선 인구구조 변화와 세태변화를 고려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새 정부는 이명박 정부가 17번이나 부동산대책을 내놓고도 실패한 이유를 되짚어봐야 한다. 원인 진단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찔끔찔끔 내놓는 대책은 오히려 시장 내성을 키워 나중에 아무리 특단의 대책이 나오더라도 효과를 보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10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를 고려할 때 최소한의 금융규제는 필요하지만 그 외의 불필요한 규제는 한꺼번에 풀어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정치권 협조도 필수적이다. 정부는 이번에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와 분양가 상한제 등 부동산 급등기에 도입됐던 규제들을 완화하겠다고 했지만 시장은 더 이상 ‘양치기 소년’을 믿지 않는다. 이들 규제는 지난 정부에서도 부동산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들어있었지만 야당의 반대에 부딪혀 번번이 무산됐다. 이번 종합대책은 관계부처의 구상이 총망라된 만큼 효과를 거두려면 정치권의 합의와 부처간의 불협화음을 없애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