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미 원자력협정 ‘선진적 개정’할 때 됐다

입력 2013-04-01 20:56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이후 한·미 원자력협정과 관련해 두 차례 언급했다. 당선인 시절인 지난 1월 16일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와 만나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허용을 위한 원자력협정 개정을 완곡하게 요청했다. 그리고 지난달 29일 청와대에서 밥 코커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 간사를 접견하면서는 “한국에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확대할 수 있게 원자력협정이 선진적으로 개정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다. ‘선진적 개정’이라는 표현에는 우리나라도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권한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다.

박 대통령 지적은 너무나 당연하다. 우리나라는 20기의 원자력발전소를 갖고 있는 세계 5위의 원자력발전 대국이다. 하지만 원전에서 나오는 방사성 물질인 사용후 핵연료를 원전 수조에 그대로 보관해야 하며, 2016년이면 저장 공간마저 포화상태에 이를 전망이다. 또 막대한 돈을 들여 다른 나라에 우라늄 농축을 위탁해야 하는 실정이다. 모든 것이 1974년 발효된 원자력협정의 ‘사용후 핵연료의 형질을 변경하거나 다른 용도로 쓰는 경우에는 미국의 동의를 받는다’는 조항 때문이다. 북한이 핵보유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평화적인 핵 이용마저 제한받는 것은 부당하다.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해 에너지로 다시 쓸 수 있도록 한·미 원자력협정을 개정할 때가 됐다.

그러나 미국의 입장은 여전히 완고하다. 양국은 2014년 3월 시효가 만료되는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문제를 이명박 정부 때부터 협의해왔지만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당연히 원전 능력에 걸맞게 개정돼야 한다는 쪽이다. 반면 미국은 북한 변수와 ‘핵 없는 세상’이라는 명분을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 나아가 미국 내 일각에서는 우리나라가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권리를 영구히 포기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제시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는 공평하지 못한 처사다. 미국은 1988년 일본과의 원자력협정 개정을 통해 2차 세계대전 전범국인 일본에게 사용후 핵연료의 재처리를 허용한 데 이어 2007년에는 인도에게도 재처리 권리를 인정한 바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자세를 취해야 마땅하다. 그래야 동맹관계가 돈독해질 수 있다.

양국은 조만간 원자력협정 개정을 위한 본협상을 열 예정이다. 지난해 2월 5차 본협상을 가진 지 1년여만이다. 2일부터 미국을 방문하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존 케리 국무부 장관과의 회담에서도 다뤄지게 될 것 같다. 한·미 원자력협정은 최소한 미·일 원자력협정 수준으로 개정돼야 한다. 내달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 때 이런 합의가 발표될 수 있도록 양국이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