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의 역설… 남녀 임금격차 줄었지만 여성간 격차는 되레 확대
입력 2013-04-01 20:15
최근 50년 동안 영국의 남녀 임금 격차는 줄고 있지만 여성 간 임금 격차는 오히려 확대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영국 언론들은 “고위층 여성의 사회 진출에만 관심을 가졌던 페미니즘이 노동계급 여성들을 실망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의 싱크탱크인 공공정책연구소(IPPR)가 31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1958년에 태어난 대졸 여성이 42세까지 받은 임금은 같은 해에 태어나 대학 졸업을 하지 않은 여성보다 198% 더 많았다. 같은 조건의 남성 간 임금 격차는 45%에 불과했고 58년생 남녀의 임금 차이는 35%였다. 70년생의 경우 남녀 간 임금 격차는 29%로 줄지만 고학력 여성과 그렇지 못한 여성의 임금 격차는 80%로 큰 차이를 보였다. 보고서는 “페미니즘이 고학력 직업군 여성을 위해서는 성과를 이뤄냈지만 다른 여성들은 뒤로 처지게 했다”면서 “고위층 여성의 성취가 밑바닥의 불평등이 보이지 않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IPPR 달리아 벤갈림 부연구위원는 “단순히 여성을 승진시켜 이사회에 보내려는 ‘유리천장 깨기’식 접근은 가정친화적 일터로의 전환과 다른 여성들의 승진 기회 제공이라는 결과를 담보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여성의 임금은 성별과 교육 정도 등의 영향을 받지만 육아 부담도 임금 수준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찍 아이를 가진 여성은 일 때문에 결혼을 미룬 여성보다 임금 수준이 낮아지지만 남성은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육아 부담이 여성에게 집중되기 때문이다. IPPR은 여성의 임금 향상을 위해서는 남성 육아휴가 제도를 확대하고 여성의 보육 부담을 줄여주는 다양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