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국 이란 제재… 파키스탄 석유 밀수꾼 떼돈

입력 2013-04-01 20:14

이란에 대한 제재를 둘러싸고 ‘재주는 서방국가들이 넘고, 돈은 파키스탄 석유 밀수꾼들이 챙기는’ 형국이 펼쳐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란과 아프가니스탄 접경지대에 위치한 파키스탄 발루키스탄주(洲)에서는 최근 석유 밀수가 아이들의 고사리손까지 빌릴 정도로 성황을 이루고 있다. 서방국가들이 이란의 석유 수출을 봉쇄함에 따라 파키스탄의 석유 밀수꾼들이 ‘대목’을 맞고 있는 것. 석유 밀매 수익이 커지면서 심지어 전통적인 아편 밀수꾼들마저 석유 밀수로 ‘전업’하고 있다고 통신은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원래 아프간에서 생산된 아편이 밀수되던 이 지역에서는 이란 석유 금수 이전부터 소규모 석유 밀매가 이뤄졌지만 2010년 이란 정부가 석유가격에 대한 마진을 낮추면서 석유 밀거래는 자취를 감추는 듯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9월부터 서방국가들이 이란산 석유 수출을 금지하면서 석유 밀수가 본격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모습이다.

하미드라는 이름의 현지 남성은 로이터통신에 자신이 과거 아편 장수를 했다고 소개하며 “석유를 밀수해도 같은 돈을 버는 판에 더 이상 아편을 밀수할 필요가 없다. 석유 밀수가 훨씬 안전하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이제 마약 상인이 아닌 성공한 실업가”라고 자랑했다.

마약에서 총포, 중고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암시장의 온상이었던 발루키스탄에서는 지역 군인들조차 ‘은밀한 거래’에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키스탄과 이란 국경에는 드문드문 검문소들이 있지만 석유 밀수에 대한 검문조차 거의 없어 밀수가 위축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