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프로스 거액 예금 노려라”
입력 2013-04-01 20:15
키프로스의 금융시스템 붕괴를 계기로 주변 조세피난처들이 호시탐탐 러시아 자산가들의 검은돈 주위를 어슬렁거리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31일(현지시간) 러시아 거부들의 세금 회피를 도왔던 키프로스의 변호사와 회계사들에게 이메일과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금 없이 안전하게 돈을 굴릴 수 있는 곳으로 고객들의 예금을 이전하라”는 권유로, 발신지는 스위스·룩셈부르크·케이맨제도 등 잘 알려진 조세피난처를 비롯해 멀리 두바이나 싱가포르까지 다양하다. 심지어 구제금융으로 붕괴 직전까지 몰린 남부 키프로스와 달리 큰 피해가 없는 북부 키프로스에서까지 유혹의 손길을 뻗치고 있다.
키프로스는 그동안 러시아 거부들의 검은돈을 굴리기 위한 안전한 금융시스템을 구축해 왔다. 인구가 86만명에 불과한 나라지만 32만개의 금융서비스 회사들이 등록돼 있을 정도다. 하지만 키프로스가 구제금융을 받는 대가로 두 번째로 큰 라이키은행을 청산키로 하는 등 금융산업이 몰락하면서 주변 조세피난처들이 거액의 예금자들의 돈을 노리고 달려들고 있는 것이다. 니콜라스 파파도풀로스 키프로스 의회 재무위원장은 “우리는 늑대들에게 던져졌고, 이제 그 늑대들이 응답하고 있다”고 말했다.
키프로스인들은 자국에 투자했던 외국인들이 이제 다른 곳을 찾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키프로스의 고통 속에서 잇속을 챙기려는 경쟁자들의 탐욕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수도 니코시아에서 금융회사를 운영하는 바실리스 제르탈리스는 “누군가가 휘청대고 쓰러질 때 마지막 한방을 날려서는 안 된다”면서 “자본주의를 믿지만 윤리가 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맹경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