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바닥 헤매고, 여당에 돌직구 맞고… 靑 집단 무기력증

입력 2013-04-01 18:24 수정 2013-04-01 22:34

청와대가 집단 무기력증에 빠진 모습이다. 출범을 갓 한 달 넘긴 새 정권의 심장부지만, 의욕적으로 국정을 이끌어가려는 활력은 좀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여당의 매서운 질책에 변변찮은 대꾸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 초 지지율은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수준으로 바닥을 헤매는 상황이다.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했지만 박근혜 정부의 5대 국정목표는 여전히 ‘뜬구름 잡는 소리’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창조경제는 새 정부가 경제민주화 후퇴 논란까지 감수하면서 야심 차게 내세운 국정목표 1순위였다. 하지만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과 비교해 구체화된 부분을 찾기가 어렵다. 맞춤형 고용·복지, 창의교육과 문화가 있는 삶, 안전과 통합의 사회, 행복한 통일시대의 기반 구축도 마찬가지다.

박 대통령은 직접 정책홍보 강화를 수차례 지시했다. 하지만 국정운영 방향을 설명한 이는 대통령 혼자다. 박 대통령이 현장까지 방문하면서 홀로 진땀을 빼는 사이 정작 홍보 일선에 서야 할 이남기 홍보수석은 대통령 일정에 배석해 있기만 했다. 이 수석이 마이크를 잡고 공식 설명에 나선 것은 지난달 3일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일정을 발표할 때 딱 한 번이다. 청와대 홈페이지 첫 화면에는 1일 현재 대통령 취임식 사진이 걸려 있다. 국정홍보 기능이 마비된 청와대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는 셈이다.

다른 수석비서관들의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새누리당으로부터 ‘No(노)라고 말하지 못하고, 대통령의 말씀을 교조적으로 간주한다’는 지적을 받으면서도 대부분은 박 대통령의 눈치를 살피면서 몸을 사리느라 적극적인 대외활동에 나서질 않는 모습이다. 한 수석은 언론보도 관련 구설에 오른 뒤 취재진과의 약속을 줄줄이 취소했다.

여기에 사상 초유의 인사 참사가 발생했는데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고 오히려 짤막한 ‘대독 사과’를 내놓으면서 여론을 악화시켰다. 정부가 경기활성화,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지만 청와대가 부처를 독려하면서 국정을 이끌어 갈 추동력이 남아 있는지 의구심마저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청와대가 만신창이가 되면서도 이렇다 할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의 현장방문 일정을 늘리고 여당과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정도다. 청와대는 정부조직법이 국회에서 표류하자 “야당이 발목을 잡아 일을 못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나 이제는 “일할 여건을 만들어줬어도 뒷짐만 지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가장 힘 있는 정권 초반, 청와대는 아마추어리즘만 노출하면서 크게 휘청거리고 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