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수출 20년간 11배 ‘폭풍성장’
입력 2013-04-01 18:14
국내 벤처기업이 20년간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면서 한국 수출의 대들보로 성장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수출 의욕이 꺾이는 모습이 감지되고 있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술력 앞세워 세계시장 개척=1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국내 벤처업계의 작년 수출액은 총 177억 달러다. 벤처기업 수출 통계가 처음 등장한 1995년(14억 달러) 이래 11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우리나라 7위 수출품인 무선통신기기(195억 달러)에 버금가는 규모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수출이 1250억 달러에서 5478억 달러로 약 3배 증가한 것에 비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세다.
품목별로는 반도체가 11억800만 달러로 1위였고 무선통신기기(10억8900만 달러), 플라스틱 제품(8억6900만 달러), 전자응용기기(8억2200만 달러), 자동차부품(7억3400만 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자동차부품은 1995년 200만 달러에서 무려 366배 급증했다. 반도체제조용 장비도 700만 달러에서 77배 뛰었다.
수출 지역별로는 아시아가 109억8600만 달러(62%)로 가장 비중이 컸고 북미와 유럽이 23억4500만 달러, 23억4100만 달러로 나란히 13.2%를 차지했다. 1995년과 비교하면 아시아로의 수출은 13배, 유럽은 9배, 미국은 6배 각각 늘었다.
◇“정책 배려 필요하다”=그러나 2000년대 들어 벤처업계의 수출 동력이 점차 떨어지고 있다. 2002년 수출증가율 수치가 역전되기 시작해 10년간 비슷한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 기간 벤처업계의 연평균 수출증가율은 11.8%로 우리나라 전체 수출증가율(13.1%)을 쫓는 모습이다. 이전 기간과 비교하면 15% 포인트나 하락한 것이다.
국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995년 2%에서 2001∼2004년 4%대로 올라섰지만 그 이후에는 되레 3%로 후퇴했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미국발 ‘닷컴버블’을 기점으로 국내시장에 안주해온 측면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의 정책·제도적인 뒷받침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11월 벤처기업협회가 내놓은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해외시장 진출 시 애로사항으로 벤처기업의 25.6%가 자금 부족을 꼽았다. 시장정보 부족(23.1%)이나 전문인력 부족(16.7%) 등도 많이 언급했다. 벤처업계의 히든챔피언(강소기업) 육성과 수출 확대를 위해서는 정부의 실효성 있는 금융·무역지원 정책이 선행돼야 한다는 얘기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