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팬 머니’ 어디로 가나… 日로 쏠리는 세계의 눈

입력 2013-04-01 18:08

일본의 2013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1일부터 일주일간 세계 금융가의 눈길이 ‘아베노믹스’에 쏠리고 있다.

일본 정부 주도의 공격적인 엔저 정책에 일본 대형 기관 투자자들도 적극적으로 부응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신임 일본은행 총재 하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3∼4일 금융정책결정회의가 얼마나 공격적인 통화정책을 내놓을지 주목거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세계 최대 연기금인 ‘일본공적연금’(GPIF·일본 국민연금과 후생연금 통합 운용 기관)을 비롯해 대형 일본 생명보험사들이 새로운 회계연도에 맞춰 돈의 향방을 결정할 예정이다. 극도로 보수적이던 일본 기관 투자가들이 해외로 눈을 돌릴 태세여서 세계 금융 시장에 가져올 파급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 연기금 중 하나인 GPIF는 2004년 이후 전혀 변화가 없었던 투자 포트폴리오를 전면 수정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말 기준 총 120조엔(약 1400조원)의 자산을 보유한 GPIF는 해외 증시 투자 비중이 9%에 불과하고, 해외 인프라 투자도 거의 진행하지 않았다.

미타니 다카히로(三谷隆博) GPIF 이사장은 최근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일본 국채금리 상승으로 투자 이익이 감소하게 된다”고 지적하며 “신흥국 증시 투자를 늘리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1월 말 기준으로 총 332조엔(약 3940조원)의 자금을 운용하는 일본 생명보험업계도 같은 입장이다.

이런 흐름은 기업과 개인 부문으로도 확산되는 추세다. 일본 5대 종합상사인 마루베니(丸鴻) 코퍼레이션은 해외 채권 투자 비중을 13%에서 31%로 끌어올리고, 신흥국 국채 매입 비율도 전체 펀드 투자의 3%에서 7%로 늘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금 컨설턴트인 나가오 마사히코(長尾正彦) 도쿄 투자정보 본부장은 WSJ에 “3분의 1 정도의 개인 고객들이 올 회계연도에 맞춰 (드디어) 투자 포트폴리오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무제한 양적완화와 엔저로 대변되는 경제상황에서 일본의 뭉칫돈이 해외로 물꼬를 틀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현실이 되고 있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