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남호철] 유쾌한 만우절

입력 2013-04-01 17:36

만우절(萬愚節). 가벼운 장난이나 그럴 듯한 거짓말로 악의 없이 속이고 헛걸음 시키는 날이다. 프랑스에서 유래된 풍습이라는 얘기가 있다.

1564년 프랑스왕 샤를 9세는 그레고리력(歷)을 채택하면서 새해 첫날을 과거 4월 1일에서 1월 1일로 바꿨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를 알지 못해 기존의 날짜에 맞춰 파티를 열고 신년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새로 바뀐 역법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4월 1일을 기념하는 사람들에게 가짜 선물과 인사를 하면서 장난을 쳤다는 것이다. 밑바탕에는 청량제 역할을 하는 웃음이 깔려 있었다.

그러나 요즘 도를 넘어선 장난전화가 기승을 부리고 협박까지 빚어지는 일이 다반사다. 최근 5년간 국내에서는 만우절에 연평균 84건의 119 장난 신고가 들어왔다고 한다. 이 정도라면 가벼운 웃음이 아니라 경기를 일으킬 정도이다. 누군가에게는 고통을 주기 마련이다. 장난전화 한 통쯤으로 대수롭지 않게 지나쳐 버리기에는 사안이 너무 크다.

그렇다고 삭막한 시대에 살면서 웃을 거리 자체를 외면할 필요까지는 없을 듯하다. 듣는 이를 유쾌하게 만들고 삶의 여유를 갖게 하는 근사한 농담은 활력소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번 만우절에 인터넷,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는 재치있는 농담과 유쾌한 이벤트가 등장해 잠시나마 즐거움을 선사했다.

‘오체불만족’이란 책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일본인 오토다케 히로타다(乙武洋匡)씨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h_ototake)에 “팔다리가 돋아났다”고 썼다. 팔다리 없이 태어난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농담으로 삼아 오히려 위로와 희망을 준 것. 자칫 민감할 수 있는 장애 문제가 오토다케씨의 농담이었기에 모두를 유쾌하게 만들 수 있었다.

구글은 만우절 이벤트로 구글맵에 ‘보물지도’ 기능을 추가했다. 보물지도를 확대하면 서울에는 로보트태권브이와 ‘강남 스타일’의 주인공 싸이가 등장한다.

모바일 게임 ‘애니팡’에서는 폭탄이 카카오톡 친구의 프로필 사진으로 바뀌도록 하는 이벤트가 진행됐다. 폭탄으로 바뀌는 친구는 무작위로 정해지며 도전모드에서는 도전 상대의 사진이 폭탄 대신 나타나기도 했다.

잔잔한 웃음을 주는 건전한 농담은 굳이 만우절 하루뿐 아니라 일년 내내 이어져도 좋을 듯싶다.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고, 장난도 도를 넘으면 화를 부른다’는 점을 명심하면서 말이다.

남호철 논설위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