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민해] 요즘 아이들은 다르다

입력 2013-04-01 17:36


“아이의 행복은 부와 권력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는 확신을 어른들이 가져야”

오금이 저리던 3월이 갔다. 3월은 살얼음판이었다. 금년도 어린 청춘들이 눈물을 흘리며 세상을 하직했다. 옥상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옥상 난간에서 얼마나 외로웠을까. 세상은 청소년 자살과 학교 폭력 문제를 두고 많은 말들을 쏟아냈다. 아이들을 걱정하는 마음과 안타까움으로 질책도 많았다. 교사들은 아이들을 지켜내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가슴이 미어져도 변명으로 들릴까봐 말 한마디를 더하지 못했다. 언론은 중1 교실은 공부하는 곳이 아닌 싸움판, 난투극의 현장이라는 말로 학교 현장을 묘사했다. CCTV 스쿨폴리스 학교폭력 생활기록부 기재 복수담임제 학교스포츠클럽 이른바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이 마련되었지만 실효성에 대하여 큰 기대를 거는 사람도 많지 않다.

요즘 아이들은 많이 다르다. 기성세대나 학부모세대가 부모나 형 언니들로부터 물려받던 불문율 같은, 같은 학교 친구끼리는 싸우지 말고 친하게 지내라는 묵계가 없다. ‘내 아이는 소중하니까…’ 하는 우유광고가 대변하듯 부모들은 하나뿐인 어린 자녀를 황제처럼 떠받들며 키우다 보니 의존심이 커졌고 지나친 경쟁주의, 성적지상주의 때문에 공격성이 많아졌으며 별 것 아닌 것 가지고도 금세 무력감에 빠지는 나약함도 더불어 갖게 되었다. 게다가 자신의 뜻에 맞지 않을 때 자기를 다스리는 분노 조절 장애를 겪는 아이들도 많아졌다.

관동대 김현수 교수에 의하면 우울증 ADHD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 정신병 지적장애 자폐증 불안장애 인터넷중독 등의 심리정서적 질환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 교실 내 30%에 달한다고 한다. 또한 초등학교 교실에는 혼자 중얼거리고 혼자 껄껄거리며 마룻바닥을 뒹구는 아이들이 있고, 공연히 옆에 있는 아이를 때리고 물건을 집어던지는 아이들도 있다고 한다.

수업시간에 떠드는 이유는 집에서부터 기분이 나빠서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어서 관심이 없어서 실패감을 느끼지 않으려고 도움이 안 되어서 등등인데 교사들은 원인을 찾아 타이르기보다 행동의 결과에 대한 아이의 책임 묻기에 급급하다. 그러면 요즘 아이들은 교사를 욕하고 손가락질하고 담임을, 교사를 바꾸어 달라고 떼를 쓴다.

물론 실제의 교실은 젊음의 활기가 있어서 위에 언급한 것보다 훨씬 웃음이 많고 신나고 경쾌하다. 그러나 그 중 혼자 밥 먹고, 집에 갈 때 혼자 가고, 평소에는 명랑하던 아이가 작은 일에도 깜짝 놀라고, 공책 뒷장에 ‘죽어라 죽고 싶다’ 등의 낙서를 하고, 잠꼬대로 분노하고, 학교 가기 싫다고 전학 보내달라고 신호를 보내는 아이가 있다. 여러 아이들의 다양한 돌출 행동을 절제시키며 수업을 하고 아이들이 보내는 구조 신호를 빨리 알아내고 대처해 주는 방법은 무엇일까?

첫째, 학급 인원수를 현재의 35명 선에서 OECD 평균인 25명 선까지 줄여야 한다. 교사의 눈에 구체적인 학생의 표정과 행동이 보이려면 25명 정도는 되어야 한다. 학생수가 줄어들지만 아이들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려면 먼저 학급당 학생수를 대폭 줄여야 한다. 둘째, 교사의 학생 이해 및 치유를 위한 재교육이 필요하다. 정신과적 치료는 전문영역이라 하여도 학급 내 30%에 달하는 정신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을 보다 시간을 갖고 다양한 방법으로 치유를 위한 적극적 상담을 할 수 있게 전문 교육을 시켜야 한다. 더불어 그런 교사들을 돌볼 수 있는 교사 격려 프로그램이 동반되어야 한다.

셋째, 우리 아이는 절대로 그럴 리 없다는 부모의 자기 유전자 우월주의나 생활에 핑계를 두는 무책임주의에서 벗어나 가정교육과 사회교육의 회복이 필요하다. 밥상머리교육이라는 근간에 대한 회복 운동과 지역사회 시민 윤리 교육, 어른에 대한 공경이 정말 필요하다. 그리고 아이들의 행복은 사회적 지위나 경제적 여유에 의해서 결정되지 않는다는 확신을 어른들이 가져야 한다. 따라서 행복에 대한 개념의 재정의가 필요하다는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민해 혜원여고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