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해외의료진 초청 교육하는 이승규 서울아산병원 교수 “간이식 기술 亞 전파가 내 사명”
입력 2013-04-01 16:56
지난달 19일 서울아산병원 외과계 중환자실과 수술실에는 한국의 간이식 수술을 교육받기 위해 아랍과 이스라엘에서 온 의료진들이 자리를 채웠다. 2010년부터 해마다 한국을 찾는 이들은 이승규 서울아산병원 간이식 및 간담도외과 교수(사진)에게 간이식 술기를 교육 받고자 올해도 어김없이 한국을 찾았다.
이승규 교수는 “중동 국가나 인도, 베트남 등의 아시아 지역 중 생체 이식 기술이 필요한 의사들이 배움의 뜻을 갖고 아산병원으로 교육을 받으러 오고 있다. 간이식에 대한 기본 지식을 알려주고 이식에 눈을 뜰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선진화된 의료 기술을 갖고 있는 국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1994년 우리나라 최초로 소아 생체간이식을 시행한 의사다. 당시 일본과 비교해 한국의 간이식은 걸음마 수준에 불과했지만 20여 년이 지난 지금 이승규 교수의 간이식팀은 성인 생체간이식 3400례를 시행한 세계 최초의 단일팀이 됐다. 현재 이 교수는 자신이 독일에서 배웠던 간이식 수술기법과 그간의 수술을 통해 쌓아온 노하우를 아시아 의료진에게 전파해 후학 양성을 위한 소임을 다하고 있다.
그는 “생체간이식은 아무런 병이 없는 사람이 환자를 위해 스스로 희생하는 것이다. 수혜자 대부분이 40대 후반이나 50대 초반으로 사회와 가정에서 감당해야 할 역할이 있는 사람들로, 이식받은 수혜자는 물론이고 기증자 또한 중추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향후 남은 삶까지 돌봐줄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일본과 미국, 유럽 등의 국가에서는 생체간이식 후 기증자의 사망이 발생했다. 생존 이후에도 거부반응과 신부전, 담도협착 등의 합병증으로 간이식을 새로 받아야 하는 사례도 어김없이 있었다. 이 교수의 간이식팀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생체간이식을 시행하고 있지만 공여자와 수혜자의 사망 사례가 단 한 건도 없었다. 그는 이러한 노하우를 아시아 의료진에게 전파하기 위해 해마다 아시아 의사들을 초청해 간이식 교육을 하고 있다.
이 교수는 “할 수 있게끔 만들어주는 교육이 중요하다. 술기를 배우러 온 의료진에게 생체간이식, 뇌사간이식을 해야 하는 상황이나 필요한 이유 등을 충분히 설명하고, 의사로서 간이식의 소명감을 가질 수 있도록 동기 부여를 해주고 있다”며 “몇 년 째 병원을 찾는 의료진도 있는데, 한국에서 교육을 받고 돌아간 의사가 직접 수술을 집도할 수 있게끔 장기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지속적인 교육이 의료수준 향상으로 이어지고, 수준 높은 의료를 통해 환자 관리가 가능해진다고 강조한 이 교수는 “간이식이 삶의 마지막 희망인 이들에게 웃음을 찾아주고 이식 후에도 이상이 없도록 도와주며, 이식 기술을 아시아의 다른 나라에도 나눠주는 것이 저의 역할이자 소임”이라고 강조했다.
김성지 쿠키건강 기자 ohappy@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