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목사의 시편] 또 하나의 양보와 섬김

입력 2013-04-01 17:19


우리 교회 한 협동 목사님은 이스라엘에서 오랫동안 공부하시고 지금 한국에서 목사님들의 설교를 위해서 성경 배경 연구 세미나와 강의로 섬기고 있다. 즉 성경의 절기나 제사법 등을 비롯해서 성경에 기록된 때의 풍습이나 배경 등을 가르침으로써 목사님들의 설교를 돕고 있다. 그는 신앙도 훌륭할 뿐만 아니라 인격이 훌륭한 분이다. 나도 그에게서 성경 배경 공부를 많이 해서 내러티브 설교를 하는 데 굉장한 도움을 받았다.

그런데 어느 기회에 그분에게서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함께 이스라엘에 있었던 선교사님에게 자기가 연구한 대부분의 자료를 컴퓨터 내장 프로그램에 담아 주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국에 돌아오면 같이 세미나와 강의를 하면서 고국 교회 목사님들을 섬기자고 하였다. 그런데 그 선교사가 약속을 어긴 채 자기 자료를 가지고 책을 여러 권 시리즈로 내 버렸다는 것이다. 그 책은 상당한 주목을 받게 되었고 그는 그런 것을 생각할 때마다 너무 속이 상했다는 것이다. 자기 자료를 다 책으로 내 버렸으니 얼마나 상처가 크고 손해가 막심했겠는가. 이것을 알고 있는 주변의 사람들이 “왜 가만히 있느냐. 이것은 표절을 넘어서 도용이 아닌가. 법적으로 제재를 하든지 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지 않느냐”고 하였다.

그러나 그분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렇게 생각했다. “그렇게 해서라도 성경이 더 많이 이해되고 복음이 잘 전달되며 하나님 나라가 확장된다면 좋은 것 아닌가. 그걸 가지고 서로 싸우고 법적 분쟁을 일으키면 무엇을 얻겠는가. 나 하나만 참으면 된다. 그를 통해서 하나님 나라가 더 확장된다면 차라리 내가 쇠하고 나는 그의 신들메도 감당치 못한다고 생각하면 되지 않겠는가.” 그 이야기를 듣고 나는 그 협동 목사님을 더 존경하고 위대하게 바라보았다. 요즘 같이 표절시비가 많고 그 일 때문에 한국교회에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이때에, 그분의 신앙과 섬김이 얼마나 어둔 밤하늘에 별처럼 반짝이는지 모른다.

사실 우리가 모든 것을 주님의 안목과 기준으로만 생각한다면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내가 좀 손해보고 양보해서 주님이 영광 받으시고 하나님 나라가 확장된다면 무엇이 문제이겠는가. 나 역시 생명나무학교 교재를 비롯해서 중직자 교육에 필요한 많은 교재들이 책이 나오기 전부터 많은 교회에서 쓰여졌다. 심지어는 저자가 자기인 것처럼 표지까지 만든 목사님들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감사했다. 그렇게 해서 교회가 부흥하고 주님 나라가 확장된다면 감사할 뿐이기에. 지금도 나에게 세미나를 받은 목사님들에게 얼마든지 그렇게 해도 좋다고 말을 한다. 그것이 새로운 학설이나 학계의 창의적이고 독보적인 이론이면 모르지만 성경을 재료로 해서 같은 샘의 물을 판 것인 것을. 해 아래 무슨 새 것이 있겠는가. 여기저기 갈등과 충돌로 인한 파괴와 상처로 신음하고 있다. 이러한 때 주님의 영광과 그 나라 확장을 위해서 우리가 좀 더 너그러워진다면, 그 역시 또 하나의 양보와 섬김의 삶이 아닐까.

<용인 새에덴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