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나침반] 임산부 치아관리 어떻게… 사전 충치치료 바람직
입력 2013-04-01 17:09
‘내가 너희들을 낳아 기르느라고 이가 다 망가졌단다.’
어머님들이 자식들에게 자주 하는 말씀 중 하나다. 이런 말을 들을 때면 자식들은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에 고개를 그저 숙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임신과 치아 건강은 관련이 있다. 임신 중에는 호르몬 분비의 변화 때문에 신체의 면역력이 떨어져 염증에 취약한 상태가 된다.
잇몸도 마찬가지로 염증이 잘 생기는 상태가 되는데, 치태나 치석이 조금만 생겨도 염증이 생겨 잇몸이 붓거나 피가 나는 증상이 생길 수 있다. 게다가 임산부들은 거동이 불편해 치과에 적극적으로 찾아가지 않기 때문에, 방치된 염증으로 잇몸뼈까지 녹아 치주염이 급속히 진행될 수 있다.
또한 입덧을 하는 기간에는 구역질 때문에 칫솔을 입안 구석구석 집어넣기가 힘들어 잇솔질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임신 중에는 칫솔질을 하면 치아와 잇몸이 상한다는 잘못된 속설이 오랫동안 전해오고 있어 임산부의 잇몸을 더욱 나쁘게 만들기도 한다.
이렇게 임신으로 인해 구강 건강이 나빠지는 것을 예방하려면 임신 전에 미리 치과를 방문하여 검진을 받고 충치치료와 스케일링을 모두 받는 것이 좋다. 요즘은 계획된 임신이 많아 준비 없이 임신을 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충분히 현실적인 예방법이다.
한편 임신 중에 충치 치료나 잇몸 치료가 가능하냐고 묻는 분들이 많다. 가급적이면 임신 전이나 출산 후에 치료하는 것이 좋지만 급한 치료라면 비교적 안전한 시기인 임신 4개월에서 6개월 정도에 치료를 받으면 된다. 스케일링이나 간단히 떼우는 정도의 충치치료는 임신 중이라도 크게 위험하지 않다.
마지막으로 산후조리 기간에 잇솔질을 하면 잇몸이 망가진다는 속설을 믿고 일부러 잇솔질을 하지 않는 이들이 많아 우려스럽다. 이것은 완전히 잘못된 속설이므로 산모에게 강요해서는 안되며 산모 본인이 이렇게 믿고 있다면 남편과 가족이 꼭 설득해야 한다.
고광욱 (유디치과 한국노총점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