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영 망명 외교문서 30년 만에 공개
입력 2013-03-31 22:56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전처 성혜림의 조카인 이한영씨가 스위스를 떠나 한국에 도착한 1982년 당시 긴박한 상황이 만 30년이 지난 뒤 정부 공식 문서를 통해 처음으로 확인됐다.
31일 공개된 외교문서에 따르면 주제네바 대표부는 같은 해 9월 28일 긴급 전문을 통해 이씨 문제를 처음 서울 외무부 본부에 보고했다. 대표부는 전문의 제목을 ‘몽블랑 보고(1)’라고 달았다. 외무부는 이후 이씨 문제가 종결될 때까지 이를 암호명처럼 사용했다. 대표부의 첫 전문은 당시 ‘김영철’이란 가명을 쓴 이씨와의 접촉 경위와 신병확보 사실, 귀순의사 확인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대표부는 또 이씨가 당시 “스웨터에 운동화를 착용하고 있었으며 (다른) 서류는 숙소에 두고 왔다”고 보고해 이씨 결정이 긴급히 이루어졌음을 시사했다. 이씨는 스위스와 프랑스 등 무려 6개국을 거쳐 나흘 만인 10월 1일 서울에 도착했다. 제네바의 북한 공관은 사라진 이씨를 찾기 위해 우리와 이례적으로 접촉까지 요청하며 동분서주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1982년 서울에 들어온 이씨는 1997년 2월 분당의 한 아파트에서 피격돼 숨졌다.
외교부는 외교문서 공개에 관한 규칙에 따라 만 30년이 지난 외교문건 중 심사를 거쳐 공개가 결정된 총 1490권, 22만여쪽의 외교문서를 공개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