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개성공단 폐쇄 위협은 北의 자가당착

입력 2013-03-31 18:46

남북 긴장이 최고조인 시점에 북한이 개성공단을 폐쇄하겠다고 위협한 것은 간단한 사안이 아니다. 북한의 개성공단 담당 기관인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이 대변인 담화를 통해 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폐쇄까지 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은 북 고위층과의 교감 없이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어제 휴일인데도 불구하고 개성공단 점검회의를 가졌다. 그만큼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간다는 의미일 것이다.

북한은 2004년 개성공단에서 첫 제품이 생산된 이후 때로 상주 체류 인원을 제한하고 남북통행 시간대와 인원을 축소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기도 했지만 폐쇄 가능성은 언급하지 않았다. 만성적인 달러난을 겪는 북한으로서도 개성공단은 매력이 적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폐쇄 운운하는 것은 속내를 숨긴 위장전술일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최악의 상황인 남북관계를 감안할 때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기 때문에 통행차단 등으로 현지에 체류 중인 사람들이 사실상 억류되는 사태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더욱이 북의 위협을 계기로 우리 내부에서 개성공단을 경원시하는 이른바 남남갈등 상황도 빚어질 수 있다. 따라서 만에 하나 있을지도 모르는 폐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북한이 폐쇄 조건으로 내건 김정은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공단 폐쇄가 두려워서가 아니라 불필요한 오해가 초래할 심각한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지혜로운 선택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마침 우리 정부도 개성공단을 안정적으로 유지한다는 입장을 거듭 발표하는 등 필요 이상으로 자극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개성공단은 햇볕정책 가운데 유일하게 성공한 작품이라는 평가가 있듯이 우리로서도 쉽사리 포기할 수 없는 소중한 곳이다. 공단이 폐쇄될 경우 적지 않은 물적 손실을 감수해야 할 뿐만 아니라 남북 협력의 상징적 장소가 없어지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개성공단기업협회가 언론보도를 정확하게 하되 자극적 논평을 자제해 달라고 부탁한 것도 이 같은 염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폐쇄 위협은 가당치도 않은 자가당착적 행동이지만 우리로서도 개성공단이 차질 없이 운영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상호 교류의 장인 개성공단이 성공적으로 운영된다면 이를 확대 발전시켜 남북통일의 지렛대로 활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개성공단과 같은 대규모 공단을 휴전선과 가까운 남·북한 지역에 더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남북간 직접 대화의 길이 봉쇄된 상황에서는 공단이 효과적인 교류의 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지혜를 모아 작금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