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의 한반도] 北, 개성공단도 南위협 수단… ‘달러박스’ 포기 어려워
입력 2013-03-31 18:29
북한이 남북 간 교류의 최후 보루로 인식돼 온 개성공단 폐쇄 카드까지 들고 나왔다. 지난 26일 1호 전투근무태세 선언에 따른 후속 조치다. 남측이 제공하는 ‘달러’에 더 이상 매달리지 않고 강경 대응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30일 개성공단 담당 기관인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대변인 담화를 통해 “우리의 존엄을 조금이라도 훼손하려 든다면 공업지구를 가차없이 차단, 폐쇄해버리겠다”고 위협했다. ‘존엄’은 구걸하는 모양새를 보여주지 않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군사적 위협을 가하는 상황에서도 우리나라 중견기업의 1년 매출액 수준에 불과한 9000만 달러(약 1000억원)를 받기 위해 개성공단을 유지하고 있다는 지적에 자극을 받았다는 것이다.
북한은 “개성공단이 남측에서 들어오는 유일한 ‘달러박스’ 역할을 하고 있다”는 남측의 시각에 분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은 ‘달러박스’라는 용어를 상당히 싫어한다”고 전했다. 달러난을 겪는 북한으로선 개성공단은 버리기 쉽지 않은 카드임에도 남측이 자존심을 계속 건드릴 경우 최악의 선택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또 북한이 개성공단 폐쇄를 대외 압박 카드로 쓰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극단적으로 현지 체류 우리 국민을 ‘인질’로 삼아 벼랑 끝 전술로 대북 제재를 없애고 핵보유국 지위를 얻겠다는 심산이라는 것이다. 일각에선 우리 내부에서 개성공단 존폐에 대한 이른바 남남갈등‘을 부추기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에 정부는 “개성공단을 안정적으로 유지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또 “북한의 위협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면서 “개성공단에 체류하는 우리 인원의 신변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북한의 폐쇄 위협이 당장 현실화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개성공단 폐쇄 위협은 2009년 3월 상황과 흡사하다. 북한은 당시에도 키 리졸브 한·미 연합훈련에 반발해 훈련이 시작된 3월 9일 군 통신선을 끊고 당일 육로통행을 전면 차단했다. 북한은 다음날인 10일 다시 통행을 허용했다가 13일 다시 중단하는 등 3월 21일까지 세 차례 통행 중단과 허용을 반복했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 북한은 27일 군 통신선을 단절한 이후에도 아직 통행차단 등 후속 조치는 하지 않고 있다. 결국 실제 폐쇄가 일어날지는 월요일인 1일 오전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