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화 바람 미얀마, 언론 자유 봄바람… 16개 일간지 발행 허용, AP통신 등 잇따라 지국 설립
입력 2013-03-31 18:27
AP통신과 교도통신, NHK 등 외국 언론이 잇따라 미얀마에 지국을 설립했다. 또 1일부터 유일한 관영 일간지 대신 16개나 되는 민영 일간지 발행이 허용되는 등 개방화 물결이 일고 있는 미얀마에 ‘언론 자유의 봄바람’이 불고 있다.
AP통신은 30일(현지시간) 6명의 전담 취재인력으로 구성된 미얀마 지국을 양곤에 설립했다. 외국 언론에 대한 상주 허용은 2011년 민정이양 후 처음 있는 일이다. 취재기자에는 미얀마 출신으로 2008년 국제여성언론재단(IWMF) 수상에 빛나는 베테랑인 아예아예 윈 기자 등도 포함됐다.
미얀마는 1964년 군정 시절부터 관계가 깊었던 중국의 신화통신과 광명일보를 제외하고 외국 언론의 지국 설치를 허용하지 않았다. AP통신은 이날 자사와 함께 일본 NHK도 지국 설립을 허가받았다고 덧붙였다.
앞서 26일에는 일본 교도통신의 이시카와 사토시 사장이 미얀마 정보부 차관과 만나 양곤에 지국을 개설키로 합의했다. 일본 언론이 미얀마에 지국을 설립한 것도 처음이다. 요시다 후미카즈 교도통신 편집국장은 “미얀마에 취재 거점이 생기는 것은 경제발전 상황 등을 고려해볼 때 의의가 크다”고 말했다.
수십 년간 이어진 군정으로 표현의 자유가 사라졌던 미얀마는 언론인에 대한 도청과 투옥이 빈번히 일어났다. 이 때문에 민주화운동 지도자인 아웅산 수치 여사의 사진을 신문에 싣거나 보도하는 것은 상상할 수조차 없었다.
수치 여사가 2010년 11월 가택연금에서 풀렸을 때도 뉴스를 접할 수 없도록 신문 판매가 2주 동안 중단됐다. 민감한 뉴스는 소문으로 떠돌았다.
민정이양 후 변화를 선택한 미얀마는 지난해 8월 모든 출판물에 대한 사전검열제도를 폐지했다. 또 올 1일부터는 민영 일간지 발행도 허용했다. 미얀마는 그동안 ‘미얀마의 새 빛’만이 유일한 관영 일간지 형태로 발간되고 나머지 200여개 신문은 주간지 형태로 발행됐다. 16개 민영 언론사가 일간지 승인을 받아 발행을 앞두고 있다.
미얀마에서 가장 인기 있는 언론 중 하나인 ‘세븐데이뉴스’의 편집국장은 “독자들이 민영 일간지를 볼 수 있게 된 것에 매우 기뻐하고 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변화에 힘입어 미얀마는 2013년 세계언론자유지수에서 179개국 중 151위를 기록했다. 2012년 169위에서 18계단 뛰어오른 것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여전히 국가안보를 이유로 언론인을 감시하거나 투옥할 수 있는 법령이 존재하는 데다 검열에 길들여진 언론인의 ‘자기 검열’이 지속돼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