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정권 ‘트위터 수난’… 사우디 이용자 300만명, 익명으로 정부 비판
입력 2013-03-31 18:27 수정 2013-04-01 00:58
이집트와 사우디아라비아 정권이 트위터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통령을 상대로 트위터상 친구관계를 끊는 언팔로 운동이 확산되는가 하면, 익명의 사용자들이 정권 비판을 확산시키고 있다.
트위터와 방송 활동을 통해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을 풍자한 인기 코미디언 바셈 유세프의 체포영장이 발부됐다고 관영 뉴스통신 메나(MENA)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세프는 2년 전 ‘아랍의 봄’으로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이 무너지자 미국 존 스튜어트의 코믹 토크쇼 ‘데일리쇼’와 유사한 TV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인기를 끌었다.
특히 유세프는 트위터에서 팔로어 수백만명을 끌어모으며 반정부 정치활동을 했다. 그는 “내게 체포영장이 발부된 것이 맞다. 혹시 나에게 오늘 박스(선물)를 한 개 보낼 거라면 차라리 그 돈을 쓰지 않는 게 나을 것”이라고 트위터를 통해 체포영장 발부 사실을 알렸다. 팔로어들은 유세프에 대한 지지와 정부에 대한 실망감을 표현했다. 최근 그는 “자유를 빼앗은 대통령에 대한 복수”라며 무르시 대통령 언팔로 운동을 독려하기도 했다. 언팔로를 통해 트위터들의 반감을 집단적으로 보여주자는 취지다. 유세프는 31일 다섯 시간 동안의 검찰 조사를 받은 뒤 보석으로 석방됐다.
사우디도 정권에 비판적인 트위터 사용을 억제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알자지라가 31일 보도했다. 사우디 정부는 지난주 트위터와 무료 인터넷 전화인 스카이프를 감시, 차단하는 방안을 알아보라고 통신회사에 요청했다. 사우디 내무장관은 최근 ‘사회 갈등과 긴장을 고조시키는 도구’라고 트위터를 표현했다.
중동 국가들 중에서도 유독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사우디의 트위터 이용자는 300만명. 사우디 미디어 자문회사인 소셜클리닉에 따르면 트위터 성장률은 전년 대비 300븒에 육박한다. 사우디는 2011년부터 시작된 중동 민주화 바람인 ‘아랍의 봄’을 비켜갔다. 국가가 시민들의 비판을 겨우 억누르고 있지만 익명의 트위터 사용자들은 끊임없이 반정부 정치활동을 하는 셈이다.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