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NYT ‘북한 위협’ 1면 보도

입력 2013-03-31 18:26


미국의 유력지인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가 모두 30일(현지시간)자 1면에 연일 강도를 높여가는 북한의 위협을 분석하는 기사를 실었다.

NYT는 1면에 북한 대학생들이 평양거리를 행진하는 사진도 곁들였다. 하지만 양 신문의 논조나 강조점은 상당히 달랐다.

WP는 ‘미, 북한의 수사(rhetoric)에 놀라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북한으로부터의 위협이 과거보다 장기적이고 더 악의적이어서 미 행정부와 동맹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정부는 그러면서도 북한의 말보다는 지난해 12월 3차 핵실험 이후 북한의 실제 행동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민간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 본토나 태평양 지역의 미군 기지를 직접 공격할 것 같지는 않지만 긴장이 고조되면서 제한적인 국지전 위험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반도 전문가인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북한 고위급이 직접 가하는 위협의 수위와 범위는 과거 어느 때보다 강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오판의 소지 또한 있다”고 덧붙였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북핵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였던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도 최근 대치 국면이 과거보다 훨씬 심각해 보인다고 밝혔다.

NYT는 ‘평양, 엄포와 속임수 그리고 실제 위험’이라는 서울발 기사에서 북한이 한국과 미국 본토를 공격하겠다고 위협하는 가운데 드러난 ‘앞뒤가 맞지 않고 우스꽝스러운 선전(propaganda)’을 부각시켰다. 최근 동해 상륙훈련 사진을 조작해 공기부양정 수를 부풀린 것과 김정은이 미사일 부대에 타격 대기를 지시한 심야 작전회의에서 사거리도 미치지 않는 미 본토 타격계획도를 내거는 것 등을 예로 들었다. 그러면서 NYT는 북한 선전기구가 ‘모든 인민으로부터 존경받는 강철 같은 의지를 가진 장군’이라는 판타지로 김정은을 묘사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지만 문제는 이 과정에서 김정은이 ‘지구상에서 가장 호전적인 국가의 새 지도자’라는 이미지 못지않게 ‘어색한 배우’로 보이게 된 점이라고 꼬집었다.

한 한국 고위관료는 “최근 일련의 위협은 북한 주민과 김정은을 여전히 잘 모르는 북한 군부를 겨냥해 김정은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함”이라면서 “우리는 북한이 무엇을 실행할지를 걱정하지 김정은이 다음에 어떤 위협을 할지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NYT는 미국으로서도 미국에 대한 전쟁 선언보다는 사이버 공격 같은 ‘더 조용한’ 공격이 더 걱정거리라며 북한의 위협을 평가절하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조너선 폴락 박사는 “일부에서 북한이 위협적 발언을 행동으로 옮길 가능성을 우려하지만 4월 말 한국과 미국의 공동 군사훈련이 끝나면 북한의 위협은 누그러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워싱턴=글·사진 배병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