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라운지-배병우] 버지니아주 ‘민주당 주’ 되나

입력 2013-03-31 18:27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얻은 전국 득표율은 50.6%였다. ‘경합주(swing state) 중의 경합주’로 불리며 선거 판세의 척도 역할을 했던 오하이오 주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득표율은 50.1%였다. 하지만 오하이오 주보다 더 정확히 오바마의 전국 득표율을 반영한 주가 있다. 버지니아 주다. 버지니아 주에서 오바마가 얻은 지지율은 50.8%로 전국 득표율과 거의 일치했다.

이처럼 공화·민주당 중 한쪽의 우세를 예상하기 어려운 대표적 격전지로 부상했지만 버지니아 주는 2008년 이전까지는 선거 전문가들이 별 고민도 없이 ‘레드 스테이트(red state·공화당 우세 주)’로 분류했던 곳이다. 2008년 대선에서 오바마가 승리하기 전까지 무려 44년간 공화당 대선 후보가 승리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버지니아가 경합주를 넘어 ‘블루 스테이트(blue state·민주당 우세 주)’로 고착될 것이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인구 구성의 급격한 변화 때문이다. 지난해 말 버지니아주립대가 발표한 인구 예측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63만명으로 버지니아 전체 인구의 8%가량인 히스패닉계는 2020년에 11.1%(98만명)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2030년에는 14.7%(142만명)로 껑충 뛴다. 20%가량인 흑인 비율은 비슷하게 유지되며, 아시아계 비율도 점진적으로 증가한다. 이들은 모두 민주당지지 성향이 강한 인종 및 민족집단이다.

정치·행정도시에 불과했던 워싱턴DC의 대도시로의 변신과 급성장도 변화의 동력이다. 기존의 연방정부 사업 계약자, 공무원뿐 아니라 정보기술(IT) 전문가, 서비스·유통업·미디어 종사자들이 워싱턴 근교 북부버지니아로 몰려들고 있다. 이들도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하다.

반면 산지인 남서부와 농촌인 남부·중부 지역은 공화당 지지세가 강하다. 하지만 인구수에서 북버지니아에 미치지 못한다. 이러다 보니 버지니아가 뉴욕 주 같은 양상이 될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진보의 아성인 대도시 뉴욕시 때문에 농촌 등 보수성이 강한 뉴욕 주의 여타 지역은 투표를 하나마나라는 것이다.

2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올해 11월 5일 열리는 주지사 선거 여론조사에서도 공화당과 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이 동률이다.

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