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17년째 저금통 배포 이유는 ‘장롱 속 동전’ 회수 목적

입력 2013-03-31 18:19

한국은행은 왜 매년 수천만원을 들여 저금통을 찍어낼까.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서’라 답하면 절반만 맞힌 셈이다. 오히려 더 중요한 이유는 바로 ‘잠든 동전’ 회수다.

한국은행은 올해 하트모양의 저금통 약 6만개를 제작 중이라고 31일 밝혔다. 한은은 지난해엔 8528만원을 들여 36만5000개의 저금통을 만들었다. 한은의 저금통 사업은 1997년부터 17년 동안 이어지고 있다.

한은이 매년 저금통을 만들어 전국 각지에 배포하는 것은 우선 불우이웃을 돕기 위함이다. 한은이 만든 저금통은 지방자치단체나 복지단체를 통해 회사, 학교, 커피숍, 대형마트 등에 비치된다. 여기서 거둬들인 동전은 모두 복지단체에 전달된다. 한은 저금통은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4억8100만원을 모았다.

한은 저금통의 또 다른 기능은 잠든 동전 수거다. 무심코 지나치다가도 불우이웃을 돕는 저금통을 보면 주머니에서 딸랑거리는 동

전을 꺼내 집어넣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집에서 안 쓰는 동전을 가지고 나와 저금통에 넣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한은 저금통으로 회수한 동전만 1080만개다. 이 중 10원짜리 동전 비율이 69.1%에 달한다.

한은은 지난해 저금통으로 회수한 동전만큼 다시 만들려면 그 비용이 무려 7억1380만원에 달할 것으로 본다. 한은은 저금통 사업을 더욱 확대 시행할 계획이다. 올해 저금통을 40만개 이상 만들고 지원단체도 8곳에서 11곳으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한은 관계자는 “동전 제조비용도 결국 국민 부담”이라며 “한국은행 로고가 찍힌 저금통이 보이면 적극 참여해 달라”고 당부했다.

진삼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