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노이로제’ 벗어난 공정위

입력 2013-03-31 18:19

공정거래위원회가 ‘교수 노이로제’에서 벗어났다. 차기 위원장에 교수 출신인 한만수 전 후보자가 낙마하고 정통 경제 관료인 노대래 전 방사청장이 내정됐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전임 김동수 위원장 전까지 8년 연속 교수 출신이 위원장에 임명됐다. 12대 강철규 위원장(2003년 3월∼2006년 3월)부터 13대 권오승, 14대 백용호, 15대 정호열 위원장(2009년 7월∼2011년 1월)까지 모두 외부 수혈됐다.

교수와 관료 출신을 모두 경험한 과장급 이상 간부들은 교수 출신 위원장을 선호하지 않는 분위기가 대세다.

한 간부는 31일 “교수 출신들은 (위원장으로) 들어오면 하나같이 공무원들의 페이퍼(보고서)에 확 꽂힌다”면서 “아랫사람 아이디어를 도용해 보고서를 그럴듯하게 만들어 보고하면 능력 여부를 떠나 그 간부가 중용된다. 그러면 조직 전체가 ‘일해서 뭣하나’라는 분위기가 팽배해진다”고 털어놨다.

교수 출신 위원장들은 학생들의 글을 주로 봐오다 핵심을 요약하는 1∼2장짜리 보고서에 ‘맛’을 들이면 시야가 좁아지면서 그 보고서 작성자에게 휘둘리기 쉽다는 것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교수 출신들은 전반적으로 호흡이 길다. 서두르지 않는다”면서 “김동수 위원장이 취임 후 ‘속도전’을 내며 몰아치니 젊은 직원들이 정신을 못 차리더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젊은 직원 사이에서는 한때 김 전 위원장이 인기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고위관계자는 “8년 동안 교수 출신에 길들여졌다가 겨우 제자리에 돌아오려는 조직이 한 전 후보자 내정으로 다시 술렁였던 게 사실”이라며 안도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