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고객은 봉’ 거액 담합 과징금 소비자에 떠넘겨

입력 2013-03-31 18:11 수정 2013-03-31 22:50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을 비롯해 상당수 보험사들이 거액의 담합 과징금을 소비자에게 떠넘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담합으로 보험 계약자를 기망한 데 이어 과징금을 계약자가 낸 보험료로 처리해 소비자를 두 번 우롱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 당국은 문제가 있는 감독규정을 방치해 소비자의 이중 피해를 조장했다는 지적이다.

국민일보가 31일 보험사들을 상대로 확인한 결과 과징금을 보험료와 상관없는 영업외비용으로 처리하는 생명보험사는 전체 24곳 중 교보생명 등 9곳뿐이었다. 삼성과 한화 등 11곳은 고객 보험료에서 나가는 영업비용으로 과징금을 처리했다. 손해보험사는 18곳 중 삼성화재 등 15곳이 영업외비용으로 처리했다. 푸르덴셜·라이나·PCA·에이스생명 등 생보사 4곳과 에이스손해보험은 과징금 부과 선례가 없다는 이유 등으로 확답을 피했다.

감독 당국은 뒤늦게 실태 파악에 나서는 한편 관련 규정 개정 작업에 착수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제도 개선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지난 1월 초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에 등록된 모든 보험사를 대상으로 과징금 회계처리 현황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각 보험사가 공정거래위원회 등으로부터 부과된 과징금을 영업비용과 영업외비용 중 어느 항목으로 처리하는지 조사한 것이다.

이 관계자는 “감독규정상 과징금은 영업비용으로 처리하는 게 맞지만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문제가 있다”며 “영업외비용으로 하는 게 옳다고 판단되면 규정 개정을 위해 관련 부서와 협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련 부서 간부는 “과징금을 영업비용으로 처리하는 보험사들이 있는데 이 경우엔 사업비로 들어가기 때문에 계약자가 낸 보험료에서 나간다”며 “이를 모든 회사가 영업외비용으로 하도록 지도하기 위한 기준을 마련하려 한다”고 말했다.

보험업 감독업무 시행세칙은 2005년부터 과징금을 사업비인 ‘세금과 공과’ 계정으로 분류하고 있다. 국민연금 등 각종 공과금과 세금이 포함된 이 항목은 보험료 수익에서 빠져나가는 영업비용이다. 보험사들이 우선적으로 따라야 하는 감독규정이 정상적 영업활동과 거리가 먼 과징금을 소비자가 낸 돈으로 지출하도록 명시한 것이다.

통상 사업비 과다 지출에 따른 영업이익 감소는 보험료 인상 요인으로 작용한다. 유배당 보험상품의 경우에는 계약자에 대한 배당금이 줄어든다. 이미 보험사들의 담합 등 부당행위로 직간접적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이 2차, 3차 피해까지 감수하게 되는 셈이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