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세기말 서울은 뜨겁다… 1년 중 절반 여름

입력 2013-03-31 18:07 수정 2013-03-31 22:51

지구온난화가 지금처럼 계속되면 금세기 말 서울은 여름이 1년 중 절반을 차지하고, 평양은 지금의 서귀포 같은 날씨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기상청은 31일 ‘기후변화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온실가스 저감 정책이 실행되지 않을 경우 2091∼2100년에는 서울의 여름이 연중 174.9일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여름은 최고기온이 25도 이상인 날을 말한다. 현재 여름 일수 116.3일(2001∼2010년 평균)보다 두 달가량 길어지는 셈이다. 폭염 일수는 현재 11.1일에서 83.4일로, 열대야 일수는 8.2일에서 81.9일로 늘어난다.

겨울은 반대로 지금보다 한 달반가량 짧아질 전망이다. 서울 등 수도권은 21세기 후반에 들어서면 겨울이 지금(105일)보다 44일 짧아지며 보름 정도 늦게 시작될 것으로 예측됐다. 서울, 남부지방, 서해안 등은 겨울철에도 낮 최고기온이 10도를 웃도는 날이 크게 늘어난다.

기상청은 여름이 길어지는 주요 원인으로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기온 상승을 꼽았다. 세기말 서울의 평균기온은 지금보다 5.5도 높은 18.5도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0년간 세계 평균기온은 0.75도, 한반도는 1.8도 올랐다. 향후 100년간은 이보다 세 배나 빠르게 기온이 상승한다는 얘기다.

문제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도 기온은 계속 상승한다는 점이다.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에 따라 2040∼2050년부터 배출량이 감소하는 시나리오를 상정해도 세기말 서울의 여름은 지금보다 한 달 가까이 늘어난 147.8일이 된다고 기상청은 전망했다.

기상청 기후예측과 이은정 연구관은 “모든 계절에서 기온이 증가하고 있고, 특히 겨울철 기온이 지난 30년간 1.7도가량 올랐다”며 “온실가스가 한번 배출되면 길게는 200년까지 남아 있어 감축하더라도 효과는 한참 뒤에 나타나기 때문에 당장 가까운 미래의 기후 변화에 적응하는 방법을 찾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