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강+유엔 대사’ 인선 배경] 美에 통상전문가, 中·日엔 친박 인사 보내

입력 2013-03-31 18:01 수정 2013-03-31 22:56

박근혜 대통령의 한반도 주변국 대사 인선을 놓고 정치권과 외교가에서는 “상대 국가에 따른 새 정부의 향후 외교 방향을 가늠해 볼 리트머스 시험지”라는 평가가 나온다. 가장 중요한 동맹국이자 최고의 통상 파트너인 미국에는 통상 전문가를 파견하고, 중국과 일본엔 정치인 출신 측근을 보낸 대목이 바로 그렇다는 것이다.

주(駐) 미국 대사에 내정된 안호영 전 외교부 제1차관은 외교부 내에서도 통상 분야 전문성을 가진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 인물이다. 따라서 그의 발탁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성공적 이행 등 양국 간 통상 문제 등을 원만하게 해결해 가겠다는 박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국내 경제의 탈출구가 바로 수출이고 수출이 살아나려면 반드시 대미(對美) 통상관계 안정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31일 “안 내정자가 당장 박 대통령의 5월 방미에서 본격화될 한·미 원자력협정 등의 현안에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는 직업외교관 출신이라는 점도 고려된 걸로 안다”고 말했다.

주중 대사에 ‘대선 공신’이자 새누리당 3선 의원 출신인 권영세 전 의원이 배치된 것은 이번 인선의 하이라이트다. 박 대통령은 누구보다 자신의 의중을 잘 아는 권 내정자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교감하는 메신저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인선을 통해 박 대통령은 “이전 정부 때보다 훨씬 더 한·중 관계가 발전하기를 희망하고 있으며 중국의 ‘북한 관리’에도 우리 정부 입장을 최대한 반영해주길 기대한다”는 메시지를 중국 지도부에 던진 셈이다.

이병기 주일 대사 내정자는 직업외교관이자 박 대통령의 측근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은 이 내정자가 일본의 과거사 사과 문제와 독도 영유권 주장 등으로 꼬일 대로 꼬인 한·일 관계를 풀어가기에 누구보다 적임자라고 본 것으로 추정된다. 한때 박근혜 정부의 첫 국가정보원장으로 거론될 정도로 안보 현안에 능통하다는 점도 발탁 배경이다.

이명박 정부가 임명한 위성락 주러 대사와 김숙 주유엔대표부 대사가 유임된 것에 대해서는 이례적이라는 평이지만 두 사람 다 정치색이 없다는 점에서 새 정부 국정철학에도 어울린다고 본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러시아나 유엔대표부가 북한 문제에 밀접한 만큼 대북 현안을 줄곧 다뤄온 위 대사와 김 대사 이외에는 마땅한 인물을 찾기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駐美대사 안호영

협상 잘하는 통상전문가


뛰어난 영어 실력을 갖춘 대표적인 통상전문가다. 외무고시 11회로 2010년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의제 등을 원만히 조율하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능력을 인정받았다. 양자 및 다자 협상에도 뛰어나다는 평가다. △서울(57) △경기고·서울대 외교학과 △OECD대표부·제네바대표부 참사관 △벨기에·유럽연합 대사 △외교부 제1차관

駐中대사 권영세

19대총선 공천개혁 지휘


3선 의원 출신으로 친박(親朴·친박근혜)계 인물로 꼽힌다. 19대 총선 때 새누리당 사무총장으로 공천개혁을 진두지휘했고 18대 대선에서는 중앙선대위 종합상황실장을 맡아 박근혜 대통령 당선에 기여했다. △서울(54) △배재고·서울대 법대 △서울지검 검사 △16∼18대 의원 △한나라당 최고위원 △국회 정보위원장

駐日대사 이병기

이회창 정치특보 지내


직업 외교관 출신(외무고시 8회)으로 튀지 않는 스타일이다. 김영삼 정부 말기 안기부 2차장을 거쳐 2002년 대선 때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정치특보를 지냈다. 2007년 한나라당 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의 선대본부 부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서울(66) △경복고·서울대 외교학과 △청와대 의전수석 △외교안보연구원 연구위원 △여의도연구소 고문

駐러대사 위성락

2차 북핵위기때 실무 전담


북핵 및 북미라인을 아우르는 외교관(외무고시 13회)이지만 러시아통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2003년 제2차 북핵 위기 당시 북미국장으로 실무 전반을 담당했다. 6자회담 공전기간에도 남북 간 비핵화 회담 개최를 추진했다. 원칙론자라는 평가도 있다. △전남(59) △남성고·서울대 외교학과 △주러대사관 서기관 △주미공사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駐유엔대사 김숙

추진력 뛰어난 ‘북미라인’


외교부(외무고시 12회) 내 대표적인 ‘북미라인’으로 업무 추진력이 뛰어나다. 북미국장 시절 한·미 방위비 분담협상에서 처음으로 우리 측 분담액을 삭감하는 성과를 냈다. 유엔주재 대사로 근무하면서 안보리의 대북결의도 적극적으로 이끌어냈다. △인천(61) △제물포고·서울대 사회학과 △외교통상부 북미국장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국가정보원 제1차장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