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사 휘말린 ‘찬송가 문제’ 해결 최선 다할 것”
입력 2013-03-31 17:56
대한기독교서회 재단 신임 이사장 권오준 목사에 듣는다
<인터뷰=이승한 종교국장>
최근 대한기독교서회(이하 기독교서회) 재단 이사장에 권오준(58·광명 한빛교회) 목사가 취임했다. 권 목사는 기감 소속으로 목원대 신학과와 신학대학원을 졸업했으며, 30년째 한빛교회를 담임하고 있다. 그는 광명시교회연합회 회장과 벧엘의집 운영위원장 등을 맡으며 왕성한 연합활동을 펼쳐왔다. 지난 28일 권 목사를 만나 한국기독교 최초의 연합기관인 기독교서회의 운영 방안과 찬송가 문제 해법 등을 들어봤다.
-기독교서회 이사장 취임을 축하한다. 향후 계획은.
“기독교서회는 연합기관이자 재단법인체다. 이사장은 법인 이사회의 의장이자 사장과 공동으로 재단을 대표한다. 이사장은 사장과 실무진이 소신껏 일하도록 후원하고 격려하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각 교단에서 파송한 이사들의 총의를 모으고 교단의 뜻을 조화롭게 조정하는 것 또한 이사장의 역할이다. 기독교서회 이사회는 예장 통합, 기장, 기감, 기성, 기하성, 기침, 구세군, 복음교회, 성공회 등 9개 교단의 이해와 협력을 바탕으로 잘 운영되고 있다. 이사들과 잘 협력해 서회의 발전을 뒷받침해 나갈 것이다.”
-기독교서회는 어떤 곳인가.
“기독교서회는 구한말인 1890년에 설립된 한국기독교 최초의 연합기관이다. 연합기관이란 특별한 선교 목적을 위해 교단들이 연합해 설립하거나 참여하고, 교단들이 공식적으로 이사를 파송해 운영하는 단체를 말한다. 한국교회에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기독교방송, 대한성서공회 등이 오랜 역사성을 갖고 있다. 기독교서회는 올해 설립 123년을 맞는다. 기독교서회는 신앙과 선교를 위한 문서를 발간할 목적으로 세워졌다. 전도, 신앙양육, 신학서적 외에도 구한말과 일제강점기에 민초들의 생활에 도움이 될 서적, 예를 들면 수학책, 영어사전 등과 말라리아 퇴치법, 임산부 위생에 관한 서적, 편물방법을 안내하는 책 등도 출판했다. 지금도 56년째 월간 기독교사상을 발행하고 있고, 현재는 주로 신학 전문서적, 그리고 신학과 신앙 및 목회를 연결하는 책들을 발행하고 있다.”
-이사장님의 목회 철학은 무엇인가.
“첫째 복음적인 삶을 살자, 둘째 주님으로부터 받은 만큼 돌려주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교회 예산의 30%를 선교비로 사용하고 있는데, 해외 선교, 사회 선교, 국내 선교에 각 10%씩 사용하고 있다. 속회헌금, 일천번제 헌금의 전액을 선교비로 사용하고 있고 교인들 또한 경조사비를 아껴 헌금하는 등 선교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필리핀에 10개 교회를 건축했고 선교센터를 세워 학생들에게 장학금, 아침 급식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문화센터를 운영하며 요리와 한국어를 교육해 취업을 돕고 구제활동 및 의료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국내에는 미자립교회 60여곳에 매달 800만원을 지원하고 있고 덕동교회 등 농촌교회 건축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기독교서회 이사장으로 제일 신경을 쓰는 분야는.
“여러 현안이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찬송가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기독교서회는 지난 100년간 찬송가를 개발하고 발행해 왔다. 한국 선교 초기에 외국 찬송들을 번역하고 출판해 왔고, 해방 이후 갈라졌던 장로교, 감리교, 성결교의 찬송가를 하나로 만드는 산파 역할도 했다. 한국찬송가공회가 만들어지고 개편찬송가와 새찬송가를 하나로 통일해 통일찬송가를 개발할 때도 서회가 비용을 지불하고 기존 찬송가의 권리를 양도해 일을 했다. 그런데 (재)한국찬송가공회가 만들어지면서 한국교회 찬송가의 실질적인 산파라고 할 수 있는 기독교서회는 소송에 휘말리게 됐다. 그들이 소송을 해서 찬송가를 출판하지 못하게 하고 그 출판권을 개인이 사주인 일반 출판사에 넘겼다. 이 문제로 기독교서회 이사회는 찬송가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수년째 이런 불법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NCCK 회원 교단을 중심으로 여러 교단이 ‘21세기 찬송가’에 문제가 있다며 찬송가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21세기찬송가는 이전의 통일찬송가에서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심각한 문제가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저작권 소송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동안 찬송가 작가들은 자신의 곡이 찬송가 책에 실리면 그것을 영광으로 생각했고, 그래서 하나님과 한국교회 앞에 봉헌한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21세기 찬송가가 발행되면서 카피 케어 코리아라는 한국 에이전시가 자신들이 관리하는 외국 찬송가의 저작권 사용료를 내라고 해서 결국 (재)한국찬송가공회가 20여곡에 대해 매년 거액의 저작권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다. 그러자 한국 작곡자들도 저작권료를 내라고 소송을 했다. (재)한국찬송가공회가 설립되면서 공교회의 찬송가가 사유화돼 외국 곡에는 거액을 주는데 한국 작곡자들에게는 돈을 안 주니 저작권료를 받아야겠다는 주장에도 일리는 있다.”
-결국 저작권 문제인가.
“외국에는 교단마다 찬송이 다르기도 하고 또 서양 사회는 계약이라는 사고가 강하기 때문에 사용료를 낼 수 있다. 그리고 그 돈도 그리 큰 돈이 아니다. 하지만 한국교회는 단일한 찬송가를 온 교회가 사용하다 보니 저작권료가 거액이 되는 거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찬송가는 한국찬송가공회 관계자들만이 아니라 작가들이 중심이 되어서 만들어왔다. 그런데 자기가 넣은 곡에 대해서 자기가 사용료를 요구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게다가 또 다른 한국 작곡자들이 소송을 시작했다. 우리 기독교서회도 한국음악저작권협회라는 곳으로부터 찬송가 2곡에 대해서 사용료를 내라는 소송을 당했다. (재)한국찬송가공회가 돈을 안 내니 출판한 곳에서 돈을 내라는 소송이다. 결국 숱한 소송으로 21세기 찬송가는 누더기가 될 것이다.”
-몇 곡이나 저작권료를 내야 하나.
“이대로 가면 한국 곡 160여 곡 전부에 대해 돈을 내야 할 상황까지 갈 수 있다. 찬송가가 돈벌이 대상이 될 수는 없다. 그리고 그 돈을 다 내면 찬송가의 정가를 대폭 인상해야 되지 않겠나. 또 다른 문제는 공모하거나 청탁해 받은 일부 한국인 곡과 가사가 함량미달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사 대필 문제도 있다. 그런 곡들을 어떻게 예배에서 부를 수 있겠나. 21세기 찬송가는 통일찬송가의 가사들을 수도 없이 고쳐놓았는데 오히려 고치지 않은 것만 못한 것이 많다. 고쳐서 은혜가 안 된다는 여론이 많다.”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